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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7 19:02 수정 : 2013.07.18 10:03

비앤오 에스프레소 카페. 이동미 제공

[매거진 esc] 이동미의 머쓱한 여행

외국 여행을 다닐 때 꼭 하지 않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별다방’을 가지 않는 것이다. 별다방이라고 콕 찍었지만, 사실 별다방과 같은 큰 체인 커피점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울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별다방이든 콩다방이든 거의 가지 않는다.(별다방·콩다방이 뭔지는 다 아시리라.) 맛은 둘째 치고 우선 서울에서는 별다방의 커피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물가 비싼 유럽에서도 커피 한 잔이 2.5유로를 넘지 않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세계적으로 따져봐도 한국의 별다방 커피 값이 가장 비싼 축에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튼 나는 외국 도시를 가면, 어느 나라에나 똑같이 생긴 별다방보다는 그 도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유의 커피 브랜드점이나 작은 카페를 찾아다닌다.

이스탄불에 갔을 때 ‘더 하우스 카페’라는 이름의 체인 커피점을 알게 됐다. 이스탄불에 모두 아홉 곳이 있는 터키 자체 브랜드의 커피숍인데, 동네마다 그 인테리어나 분위기를 다르게 꾸민 멋진 카페다. 여러 지점 중에서도 오르타쾨이에 있는 ‘더 하우스 카페’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통한다. 테라스에서 오르타쾨이 사원과 보스포루스 대교가 한눈에 내다보이는데 전망이 끝내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스탄불을 여행한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 카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베베크의 별다방이 전망 좋은 카페로 아주 유명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여행자 카페를 검색해 보면 베베크의 별다방이 정말 전망 좋으니 이스탄불에 가면 꼭 들러보라는 친절한 설명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나는 그런 정보를 대할 때마다 솔직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 멋지고 신비로운 이스탄불에 가서, 그리고 이스탄불의 멋쟁이들만 모인다는 베베크 동네에 가서, 발품 팔아 골라 가는 곳이 고작 별다방이라니. 나는 누가 이스탄불에 간다고 하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말해준다. 그 별다방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스탄불의 모델들과 현지 애들이 놀러 간다는 카페 겸 바 ‘루카’나 ‘더 하우스 카페 오르타쾨이’의 테라스에 앉아 보라고, 제발.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는 유독 별다방이 드물다. 매장도 적고, 인기도 없다. 대신 서호주에 가면 ‘돔’이라는 이름의 체인 카페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호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서호주에서는 가히 명물로 손꼽히는 카페다. 그 도시에만 있는 커피 체인점에서 소문난 커피를 마시는 일, 더 새롭고 멋지지 않은가?

이렇게 별다방 보기를 돌 보듯 하는 나도, 미국 시애틀에 갔을 때엔 일부러 별다방에 찾아갔다. 시애틀에 스타벅스 1호점이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이 아닌 갈색의 오리지널 로고와 다양한 커피, 기념품으로 사기에 충분한 머그컵까지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커피는 캐피틀힐에 가서 마셨다. 그 동네에는 거대 커피 체인에 대한 저항 또는 대안으로 생긴 독립 커피의 카페들이 모여 있다. 미국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로스트 커피를 선보인다는 ‘스텀프타운’, 시애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이자 펄 잼이 밴드 이름을 만들어낸 ‘비앤오 에스프레소’ 등 흥미로운 커피집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이동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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