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8 20:28
수정 : 2013.12.19 13:12
[매거진 esc] 이동미의 ‘머쓱한 여행’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믿는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우주에 외계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귀신 또한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고맙게도 아직 내 앞에 안 나타나줬을 뿐이지. 사람들은 무서운 걸 싫어하지만, 한편으론 은근히 보고 싶어하는 성향도 있다. 그래서 귀신의 집도 가고, 공포영화도 찾아보고 하는 거다.
요즘은 고스트 투어라는 것도 인기다. 밤 9시 정도에 모여 오래전에 살인사건이 났던 도서관이나 누가 죽었던 집, 유령이 나타난다는 100년 된 교도소 건물 등을 찾아다니며 거기에 얽힌 사연을 듣는다. 거의 전설처럼 되어버린 오래된 이야기이거나, 아득한 사연들을 간직한 곳이라 건물은 이미 다른 공간으로 바뀐 곳이 많다.
그래도 옛 교도소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컴컴한 건물 안을 이리저리 오르내리게 했던, 캐나다 오타와의 고스트 투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할 만큼 충분히 무섭고 스릴 넘쳤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올해 초 타이 방콕에서였다. 방콕에는 야외 비어가든이 흔한데, 자주 가던 곳 중에 ‘모라꼿’(Morakot)이라는 곳이 있다. 같은 이름의 호텔 건물이 옆에 붙어 있는데, 이 호텔은 문을 닫은 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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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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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비어가든은 이 호텔 옆의 빈터에 만들어진 것. 그래서 화장실을 가려면 지금은 비어 있는 호텔 1층의 오래되고 더러운 화장실을 써야 한다. 말인즉 호텔 건물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거다. 신기한 것은 호텔 로비의 데스크도, 의자도, 벽의 장식장도, 티브이도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친구의 말로는 호텔 방마다 침대도, 시트도, 다 그대로 있다고 했다.
술을 신나게 먹다 일행 중 한 명이 그럼 우리가 들어가보자고 내기를 했다. 혼자 들어가네, 둘씩 들어가네 옥신각신하다 결국 넷이 다 같이 들어가보기로 했다. 난 처음부터 정중히 사양했다. 고맙지만 여기서 술이나 마시며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술 취한 친구들에 끌려 결국 뒤꽁무니에 따라붙었다. 건물에는 전기가 끊어졌으니 당연히 불이 들어올 리 없고, 안은 기분 나쁘게 컴컴했다. 층마다 복도는 공포영화 저리 가라 할 만큼 어둡고 무서웠다. 우리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휴대폰의 손전등을 휘두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호텔 방들은 문이 닫혀 있었다. 서로 열어보라며 난리를 치다 열어젖힌 방은 아주 작고, 침대도, 시트도, 낡은 장식장도 정말 쓰던 그대로 있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고, 온몸에 소름이 쉴새없이 돋았다. 이 미친 친구들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았다. 하도 소리를 질러댔더니 비어가든의 직원들이 몽둥이를 들고 호텔 밑으로 찾아왔다.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그들은 절대 호텔 안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우리는 거의 혼이 나간 상태로 울며불며 내려왔다. 직원들은 그곳에 귀신이 있어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온 뒤 다시 깔깔거리며 술을 마셨지만, 다시 들어가라면 절대 못 들어갈 것이다. 아무도.
하지만 공짜로 잠잘 곳이 필요하거나, ‘그깟 귀신 따위!’라고 생각하는 담력 짱짱한 분들, 그리고 일상이 무료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가 보시라. 아주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동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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