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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7 18:37 수정 : 2013.03.11 15:49

초록 들판은 원래 땅, 붉은 땅은 40년된 새 땅이다. 최명애 제공

[매거진 esc] 수상한 북극
아이슬란드 베스트만 제도 ②

레이캬비크의 기념품 가게에서 전에 일했던 신문사 국제부 선배가 생각났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전 유럽 항공기의 발이 묶였던 2010년 4월. 매일 화산 기사를 들입다 써야 하는데, 문제는 그놈의 화산 이름이 도무지 발음할 수 없게 생겼다는 거다. <시엔엔>(CNN)인가 외신에서는 ‘이 화산은 어떻게 발음하나’를 갖고 기사도 한 꼭지 만들었단다. 문제의 화산은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이다. 따라해 보자.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 의외로 어렵지 않다고 그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티셔츠에, 발음기호와 함께 적혀 있었다. 바로 옆의 티셔츠는 ‘웁스! 아이슬란드가 또 일냈어!’다. 화산 분출 장면을 담은 사진집은 기본, 화산재를 참새 모이만큼 담은 엽서는 우리 돈 3000원, 좀더 담은 병은 8000원이었다. 폭발 반년 만에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전혀 어렵지 않다!) 화산은 아이슬란드를 먹여 살리는 관광상품으로 등극했다.

화산 폭발에 편승해 중흥기를 맞아보려는 업종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레이캬비크의 ‘볼케이노 쇼’였다. 화산에 미친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직접 찍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영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영화관이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볼 것 없는 곳들’이란 인터넷 사이트에도 당당히 올라와 있다. 감독 겸 해설 겸 카운터까지 보는 주인아저씨는, 신용카드를 내밀자 “노 프로블럼”이라며 얇은 종이에 연필로 문질러 번호를 확보했다. 아직까지 카드 리더기 하나 살 만큼도 못 벌었나 보다. ‘2010년 화산 폭발 영상 확보’는 역시 미끼였고, 하이라이트는 1973년 베스트만 제도 화산 폭발이었다. 1월23일 새벽, 갑자기 섬 북동쪽에서 화산이 폭발해 섬이 커졌다. 없던 땅이 2㎢ 생겼다는 거다. 성경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다.

지도를 보면 헌 땅과 새 땅이 표시가 난다. 베스트만 섬은 뭐랄까, 약간 찌그러진 쉼표처럼 생겼는데, 왼쪽 상단에 대충 이어 붙인 것 같은 붉은색 지대가 있다. 부침개 굽다 고민 끝에 남은 반죽을 마저 부은 것처럼 어색하다. 실제 땅 색깔도 빨갛다. 아이슬란드는 관광객의 안전 같은 건 관광객 자율에 맡겨 놓은 대범한 나라이기 때문에, 폭발한 지 40년 되는 땅 정도는 그냥 걸어서 들어가면 된다. 울타리도 안전 수칙도 아무것도 없다.

이 새 땅은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졌다. 용암이 반대쪽으로도 흘러 마을도 덮쳤는데, 마을의 3분의 1이 용암 밑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북방의 폼페이’를 파 봐야 나오는 것은 어부의 장화나 세간 정도일 것이다. 당시 5천여명이던 마을 주민은 한명의 사상자 없이 마을을 탈출했다. 화산 폭발 뒤 한시간 만에 첫 배가 떠났고, 새벽이 오기 전 대피가 끝났다. 아이슬란드 주민들은 민방위훈련 하듯 매달 화산 대피 훈련을 하나 보다.

정상에는 먼저 온 등산객들이 하염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앉으니 이유를 알겠다. 따끈따끈하다. 허풍을 떠는 것 같지만, 진짜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땅이었다. 화산, 그것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아닌가. 뭐, 괜찮겠지. 엉덩이가 뜨거워지면 잽싸게 내려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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