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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5 18:04 수정 : 2013.05.15 18:04

‘비상탈출도’

[매거진 esc] 수상한 북극

 
알래스카의 주요 교통수단은 무엇일까? 개썰매는 아니다! 바로 비행기다. 한 줌의 주민들이 광활한 대지에 점점이 흩어져 사는 알래스카.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툰드라와 영구 동토층 위에 도로를 내기도 어렵고, 그냥 마을 외곽에 활주로 하나 닦는 게 가장 쉽다. 그래서 알래스카를 여행하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알래스카가 지구 온난화 피해의 최전선에 있는데, 거기에 대해 알려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며 비행기를 타고 다녀야 하는 거다.

 알래스카의 국적기, 아니 ‘주적기’라고 할 만한 항공사가 알래스카 항공이다. 알래스카의 주요 마을을 그물처럼 잇는 한편, 알래스카와 미국 본토의 주요 도시도 연결한다. 그중 최고가 ‘알래스카 앵커리지~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이다. 한평생 춥게만 살아온 알래스카 주민들이 열대의 낙원에 대해 뜨거운 로망을 가지셨는지, 겨울철 적자 운영을 타개해 보려는 항공사의 눈물겨운 노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다닌다. 그것도 6시간밖에 안 걸린다. 언젠가 꼭 한번, 인천에서 하와이로 날아가 열대의 바다에 오른발 담그고, 다시 앵커리지로 날아가 북극의 바다에 왼발 담그는 전지구적 냉온탕을 한번…. 아, 탄소 탄소.

 이 항공사는 ‘주적기’답게 기내지도 있고, 음료수도 나눠주고, 마일리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다만 비행기가 조그맣고, 구명조끼가 없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페어뱅크스에서 코제뷰로 가는 비행기의 앞좌석 주머니에는 무시무시한 ‘비상탈출도’가 꽂혀 있었다. ‘비행기가 바다로 불시착하면 의자를 떼어서 안고 뛰어내리세요.’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은, 업고 다니세요.’

 알래스카 항공도 다니지 않는 조그만 원주민 마을에는 프로펠러가 달린 조그만 비행기가 다닌다. 이 소형 항공 세계의 양대 산맥이 ‘베링 에어’와 ‘프런티어 노스’다. 잘 쑤셔넣으면 10여명 들어가는 조그만 항공기 몇대를 운영한다. 스튜어디스도, 좌석 번호도, 탑승권도 없는 비행기. 비행기가 도착하면 기장이 출석부를 들고나와 이름을 부른다. “묭아이 초이? 몸무게가 몇 킬로죠? 흠, 그럼 오른쪽 둘째 자리.” 기장이 시키는 대로 앉아야 항공기의 균형이 잡힌다.

 그렇지만 알래스카 항공 여행의 진정한 강자는 활주로도 필요 없는 초소형 항공기다. 겨울엔 빙판, 여름엔 물 위로 착륙한다. 못 가는 곳이 없다. 이 항공기 조종사를 ‘부시 파일럿’이라고 하는데, 갈색곰, 북극곰, 그리고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세라 페일린과 함께 무식하면서도 용감한, 알래스카의 ‘싸나이 정신’을 대변하는 존재다. 알래스카가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에는 항상 부시 파일럿이 나온다. 장난감 같은 비행기가 간신히 물 위로 불시착하고, 죽다 살아난 주인공이 얼떨떨해하는 동안 파일럿이 손을 흔든다. “그럼 여기가 눈으로 덮일 때 데리러 오지. 그때까지 곰한테 잡아먹히지 말고!” 알래스카 부시 파일럿에 대해 여러 편의 에세이를 쓴 일본인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결국 곰에게 습격당해 세상을 떠났다.

 그러고 보니 여름에는 일본에서 호시노 미치오가 살던 알래스카 페어뱅크스까지 전세기가 뜬다고 했다. 음, 올여름엔 그 전세기를? 아, 네, 탄소 탄소.

최명애 <북극 여행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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