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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12 17:34 수정 : 2013.03.11 15:58

[매거진 esc] 한남동 작은방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솔로들의 마음은 싱숭생숭해진다. 겨울의 추위와 연말의 허무함이 덧입혀져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너무 쓸쓸할 것만 같다.

그래서 작년엔 남자 혼자 사는 집이지만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라는 것에 도전해보았다. 당시 솔로였던 나와, 나보다 더 심각한 모태솔로였던 형을 꼬드겨 천장에 빨간 오너먼트(공 모양의 장식)를 몇 시간 동안 달았다. 마치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처럼 5만6000원을 주고 산 150개의 오너먼트를 하나하나 테이프로 붙이면서 우리의 크리스마스의 꿈도 같이 매달았다. 식탁엔 주워 온 흰색 나뭇가지와 전구로 트리를 만들었다. 식탁에도 전구를 두르고 거실 천장 모서리에도 전구를 빙 둘러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냈다.

이것이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라면 크리스마스 익스테리어도 있었으니, 마당에 줄지어 놓은 빈 병 안에는 “사랑해요! 아이유!” 할 때나 흔드는 야광 스틱을 넣어두었다. 무엇보다 뿌듯했던 것은 화단의 라일락 나무에 빛이 흘러내리는 스노펄 조명을 매달아 놓은 일이다. 나무의 가지가 골목 위를 덮고 있어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나무 조명을 쳐다보곤 했다. 번화가가 아닌 재개발지역 골목에 그런 조명이 드리워져 있기에 더 빛나 보였다. 그렇게 ‘꾸밈’이란 것은 사람들의 일상에 감성과 설렘을 불어넣는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집을 카페처럼 꾸며 놓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우리는 블로그를 통해 크리스마스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에 들인 우리의 노력을 알렸고 XX 염색체를 가진 솔로 두 분을 초대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솔로대첩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분이 신청을 했고 과분하게도 사연을 하나씩 읽고 두 분을 선별했다. 한껏 꾸며 놓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선물을 교환하고, 크리스마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윷놀이를 하고, 프로젝터를 틀어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새 동이 터 왔다. 그날 한남동 작은 집에서 했던 2:2 미팅은 결국 애인이 아닌 친구를 만들어 주었지만, 지금 나와 형은 둘 다 여자친구가 생겼다.

올해에는 나와 형네 커플 넷이 모여 파티를 하기로 했다. 또 어떤 꾸밈으로 설레는 분위기를 만들까 고민을 해본다. 확실한 건 왠지 작년보다 열심히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글·사진 우연수집가 moment6.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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