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23 18:48 수정 : 2013.03.11 15:56

우연수집가 제공

[매거진 esc] 한남동 작은방

지금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갈구하는 정도였다. 우리 집은 엄한 분위기 속에서 못하게 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영화였다. 그 흔한 비디오조차 없어서 당시 아이들이 흉내를 내던 후레쉬맨이나 강시를 보기 위해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곤 했다.

사실 난 그런 유치한 어린이용 영화보다는 외국 명화를 더 좋아했다. <주말의 명화> 시그널 음악은 어린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설렘을 주었던 그 음악들이 부모님한테는 ‘자야 할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이었으니, 어린 내가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나도 그 점을 이용하여 키스 신이라도 나오게 되면 자는 척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갖가지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때의 한을 풀고자 이사를 하고 인테리어 요소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홈시어터 시스템이다. 침실의 한쪽 벽면을 핸디코트(석회)로 하얗게 바르고 그쪽에는 가구 배치를 하지 않았다. 이 간단한 작업으로 150인치 스크린이 완성되었다.

요즘에는 프로젝터의 성능과 디자인이 아주 좋아졌다. 휴대용 디지털 티브이 안테나만 달면 텔레비전도 재생이 되는 프로젝터도 있어서 드라마나 뉴스를 에이치디(HD) 화질로 볼 수 있다. 영화를 즐길 때에는 화면의 크기뿐만 아니라 음향도 중요하다. 몇 채널이 좋다는 둥 어느 브랜드가 좋다는 둥 신경 쓸 것 없이 5만~8만원 사이의 큼직한 2채널 스피커만 좌우로 놓아두어도 실감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나름의 홈시어터를 만들고 첫 영화로 <블랙스완>을 상영했다. 실제 사람 크기의 내털리 포트먼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웠다. 영화가 감동적인 것인지 오랜 숙원이었던 나만의 영화관이 생긴 것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상한 것은 텔레비전 소리를 줄여가며 부모님 몰래 영화를 보던 어린 시절보다 훨씬 화려한 영화들을 훨씬 좋은 환경에서 보는데 그때만큼의 감흥이 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먹으면서 줄어드는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일까. 그때의 감흥을 다시 느껴보고자 어린 시절 보았던 70, 80년대의 영화를 찾아내어 침실 벽면에 재생을 해본다.

우연수집가 poeticzoo.com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한남동 작은방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