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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7 19:30 수정 : 2013.03.11 16:10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장품 제형 비교 사진. 하지만 제형은 화장품의 효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최지현 제공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최근 여성지에 실린 여러 뷰티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보니 올해는 다양한 ‘텍스처 블렌딩’이 유행할 추세란다. “토너, 로션, 세럼, 크림 등의 고정된 제형에서 벗어나 오일과 워터, 밤, 앰풀, 에센스 등 다양한 텍스처가 믹스되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는 제형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뷰티 칼럼니스트들은 이러한 텍스처의 변화가 영양성분을 더욱 피부 깊숙이 밀어넣어주고 피부에 광채를 부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필자는 화장품 비평가로서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어라?” 하며 놀랐을 뿐이다. 그저 제형만 살짝 바꿀 뿐인데 영양성분이 더 깊숙이 흡수되고 피부에 광채까지 부여한다고? 설마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뷰티 전문가들이 이렇게 순진할까? 제형이야 그저 이몰리언트나 왁스 같은 연화제나 점도조절제를 배합하여 만들어내는 장난질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이 모른단 말인가? 제형이 달라지면 스며드는 느낌과 피부에 남는 느낌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화장품 자체의 효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 성분은 그대로니까.

화장품 회사들은 비슷비슷한 성분의 화장품을 제형만 달리하여 마치 전혀 다른 제품인 것처럼 시중에 내놓는다. 이러한 눈속임의 목적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불어넣어 더 많이, 계속해서, 화장품을 사게 만들려는 것이다.

성분을 보자. 뭐 새로워진 게 있는가? 아, 물론 자연의 기분 좋은 냄새를 풍기는 아로마 오일이라든지, 이국적인 이름의 허브 성분, 혹은 특허를 받았다는 무슨무슨 복합물 등의 이름을 거론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분이라고 해봤자 별 쓸모가 없고, 새로운 성분이라 해도 이미 있었던 성분보다 더 나을 게 없다. 줄기세포 화장품이 흔한 베이비로션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근거가 어떤 논문에도 제시되지 못한 것과 같다.

답답하게도, 여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향, 제형, 질감, 촉감, 마무리감 등 화장품의 효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들을 놓고 입씨름을 하고 있다. 왜 성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가? 뷰티 칼럼니스트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들의 말과 글을 관찰해보면 화장품 회사의 홍보대사 같은 느낌이 폴폴 풍긴다. 그리고 덧붙여, 제발 영어 좀 그만 쓰자. ‘멀티 유스의 텍스처 블렌딩’? 화장품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이렇게 현란한 영어 단어 실력이 필요한 걸까?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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