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27 18:29
수정 : 2013.03.27 18:29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물광 피부, 도자기 피부에 이어 지금은 광채 피부가 뜨고 있다. 최근 화장품 회사들이 내놓는 거의 모든 신제품은 피부 본연의 광채를 되찾아준다고 약속한다. “피부 속부터 되살아나는 눈부신 수정 광채 피부”, “진피층에서 올라오는 순수 광채” 등 온통 광채 열풍이다.
실제로 이러한 제품들은 바르는 순간 피부에 화사한 광채를 부여한다. 여자들은 이 마술 같은 효과에 탄성을 지르지만, 이러한 광채는 절대로 ‘피부 속부터 되살아난’ 것도, ‘진피층에서 올라온’ 것도 아니다. 화장품 회사들이 보증하는 광채의 본질은 실리카(silica), 마이카(mica), 나일론12(nylon-12) 등의 반짝이 성분의 효과이다.
광채효과를 내건 제품이라면 전성분 표시에서 이러한 반짝이 성분을 반드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성분들은 빛을 반사시켜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과도한 피지를 흡수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색조제품에 많이 쓰여왔다. 그런데 이제는 색조뿐만 아니라 기초제품, 심지어 아이크림에까지 첨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화장품 회사들은 피부를 화사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기초제품에 산화철(피부색을 내는 착색제)이나 티타늄디옥사이드(자외선 차단제, 백색 착색제)도 주저 없이 넣는다. 여자들은 기초제품을 바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색조제품을 바르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여자들이 이것을 화장효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피부 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착각하는 데에 있다. 오랜 시간 화장품 회사들의 감언이설에 세뇌되다 보니 자신의 피부에서 나는 광채가 진짜 광채인지 가짜 광채인지 구분할 감각조차 상실해버린 것이다.
진짜 광채는 오직 고르고 윤기 있는 피부에서 나온다. 그것은 좋은 식생활과 운동 등의 생활습관, 그리고 각질 제거, 보습, 자외선 차단 등의 적절한 피부관리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광채 화장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왜 우리 사회가 번쩍거리고 번들거리는 피부에 집착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토록 혐오하던 얼굴 개기름이 어쩌다 시대의 트렌드로 떠오른 걸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은 보송보송한 피부를 갖기 위해 수시로 피지를 닦아내고 파우더를 눌러대지 않았던가? 번들거리는 비비크림이나 시시크림을 바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하이라이터로 이마와 콧등을 더 번쩍거리게 만들려고 애쓰는 여자들의 화장법에서 더 섹시하고 부티 나게 보이려는, 그래서 더 잘 ‘팔리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노골적 욕망을 읽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인 걸까?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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