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10 18:37
수정 : 2013.04.10 18:37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남자는 꼭 남자 화장품을 발라야 하나? 필자는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왔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는 면도도 하고 땀을 많이 흘리므로 남성 전용을 발라줘야 한다”는 화장품 회사들의 주장에 더욱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최근 엄청난 속도로 팔리고 있는 장동건 스킨과 조인성 스킨의 성분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들여다보니, 역시나! 두번째로 많이 들어간 성분이 에탄올이다. 게임 끝이다. 진정제와 항산화제를 아무리 많이 넣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에탄올은 알코올의 한 종류로 피부를 자극하고 건조하게 만든다. 또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피부장벽이 와해되고 피부세포가 파괴된다. 이는 여러 저명한 피부과 학술지를 통해 논문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여기에다 장동건 스킨에는 라벤더꽃수와 멘톡시프로판디올까지 첨가되었다. 라벤더꽃수는 이름이 예뻐서 뭔가 좋은 작용을 할 것 같지만 사실은 피부를 자극하고 햇볕에 예민하게 만든다. 그나마 라벤더 오일이 아니라 라벤더꽃을 끓여서 얻은 증류수이기 때문에 덜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자극적이다. 멘톡시프로판디올은 더 심각하다. 이것은 바르는 순간 시원한 느낌이 있어서 남성용 스킨에 자주 첨가되는데 사실은 멘톨보다 두 배나 더 자극적인 멘톨합성물이다.
또한 장동건과 조인성 스킨 모두에 향이 들어 있다. 향은 기본적으로 모두 자극적이다. 이제는 많은 여성 소비자들이 향이 가진 함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화장품 회사들도 요즘엔 무향 제품을 개발하느라 혈안이다. 그럼에도 남자 화장품에는 향을 꼭 넣는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남자 화장품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즉 남자다운 향기, 그걸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동건 스킨의 여성판 격인 고소영 스킨에는 에탄올도 라벤더꽃수도 향도 들어 있지 않다. 여자 화장품에 이런 걸 넣었다간 외면당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소영 스킨 성분의 100%가 장동건 스킨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결론은 이렇다. 남녀 화장품의 차이는 단 1~5%로 미미하다. 게다가 그 차이는 자극적인 수렴성분과 향의 차이일 뿐이다. 면도를 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남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다면 더욱이 넣어서는 안 될 성분들이다. 남자들이여, 차라리 고소영 스킨을 발라라.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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