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24 15:26
수정 : 2013.04.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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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씨 출연 사진 문화방송(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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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무릎팍도사>에 박주미씨가 출연하여 자신의 동안 얼굴의 비결이 아이크림이라고 말했다. 보톡스는 단 두 번 맞았을 뿐이고 20대부터 아이크림을 달고 살아온 것이 초특급 동안 얼굴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아이크림을 20대부터 발라라. 지금부터라도 발라라”라며 아이크림 예찬론을 펼쳤다.
방송을 본 후 20대들은 당장 화장품 가게로 뛰어갔겠지만 정작 40대들은 심드렁했을 것이다. 박주미의 말은 20대 때 백화점 화장품 코너의 판매원으로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때 판매원이 “아이크림 안 바르세요? 어머, 지금부터 안 바르면 큰일 나요!” 하며 겁을 줘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그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고가의 아이크림을 구매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대부분이 아이크림을 달고 살아왔지만 어쩔 수 없이 눈가는 자글자글하고 입가는 깊이 패어간다. 이제 우리는 안다. 아이크림으로도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으며, 박주미의 팽팽한 피부는 그저 그녀가 타고난 복이라는 것을.
박주미씨는 아이크림이 눈가와 입가, 팔자주름 등을 팽팽히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사실 아이크림에는 특별히 이런 부위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 기껏해야 좋은 항산화제와 레티놀, 아데노신 등의 주름개선 성분이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은 아이크림 말고도 수두룩하다. 그것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용량도 더 많아서 얼굴 전체에 충분히 바를 수 있다. 화장품회사들은 아이크림이 더 고농축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일반 크림보다 유분이 더 많은 모이스처라이저일 뿐이다.
게다가 화장품회사들은 아이크림에 휘발성이 강한 독한 허브 향을 흔히 첨가한다. 눈가 전용으로 바르라면서 눈에 들어가면 위험한 성분을 왜 넣는가? 게다가 다크서클을 사라지게 해준다거나 부기가 빠지게 해준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어떤 성분도 이런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크림을 바른 뒤 다크서클이 사라졌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그 안에 함유된 착색제의 화장 효과일 뿐이다.
연예인들에게 방송에 나와서 근거 없는 미용 비결을 함부로 늘어놓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 역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무차별로 퍼다 나르는 언론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대중에겐 할 말이 많다. 언제까지 조종당하며 살 것인가? 이제는 빨간 약을 먹고 깨어나 토끼굴이 얼마나 깊은지 들여다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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