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6 20:11
수정 : 2013.06.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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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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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화장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절을 막론하고 자외선 차단제는 무조건 에스피에프(SPF) 15 이상을 발라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에스피에프 지수는 자외선 비(B)의 차단 효과만을 알려줄 뿐 자외선 에이(A)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 자외선 에이 차단 효과를 미국은 ‘브로드 스펙트럼’(광범위 자외선 차단 효과)이라 하고 한국은 피에이(PA) 등급으로 표시하고 유럽은 아예 별도의 표시제도가 없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 걸까?
미국은 어떤 지수나 등급도 없이 자외선 에이를 차단해주는 제품이면 일률적으로 ‘광범위 차단 효과’라는 문구를 넣는다. 이 방법은 자외선 에이 차단 성분을 넣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에서 생산된 자외선 차단제의 절반이 ‘브로드 스펙트럼’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음에도 유럽 시장에 발을 못 붙인다. 유럽의 기준으로는 이 제품들이 모두 불합격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별도의 표시제도가 없지만 에스피에프 지수만으로 자외선 에이 차단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자외선 차단제는 표시된 에스피에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외선 에이 차단 효과를 지녀야 한다는 기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스피에프 30의 제품이라면 자동적으로 피에프에이(PFA, 자외선 에이 차단지수) 10이 된다. 이것은 기미나 주근깨 등의 색소가 나타나는 시간을 10배 늦춰 준다는 뜻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왜 유럽연합처럼 엄격한 자외선 차단 기준을 만들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그들이 승인한 자외선 에이 차단 성분의 종류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유럽은 무려 27종의 자외선 차단 성분을 사용하고 이 중 7종이 자외선 에이 차단 성분이다. 그런데 미국은 17종의 성분만 사용하고 이 중 겨우 3종만이 자외선 에이 차단 성분이다. 그것도 허옇게 떡이 지거나 햇볕에 노출되면 금세 효력이 떨어지는 것들이라서 배합에 꽤나 골치를 썩어야 한다.
품질 좋고 효과도 좋은 성분이 있는데도 미국이 이 제도를 유지하는 건 유럽의 제품으로부터 미국 시장을 지키려는 무역장벽이라는 시각도 있다. 덕분에 유럽의 제품들은 미국에 발을 못 붙이고 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햇볕으로 나간다.
한국은 어떨까? 화장품 대국답게 한국은 무려 29종의 자외선 차단 성분을 사용하고 이 중 15종이 자외선 에이 차단 성분이다. 현존하는 자외선 에이 차단 성분을 모두 사용하고 있어서 배합도 자유롭다. 피에이 등급을 측정하는 실험방식도 믿을 만하다.
하지만 피에이 등급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은 재고가 필요하다. 피에이를 +, ++, +++의 세 등급으로 나눠서 모두 다 권장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어떤 날은 간단한 산책만으로도 자외선지수 7 이상의 높은 태양열에 노출될 수 있다. 유럽연합이 최소 에스피에프 15 이상을 바르라고 권고하는 것을 볼 때 자외선 에이 차단지수는 적어도 5 이상이 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 따라서 2~4 미만밖에 되지 않는 피에이+ 등급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아예 라벨에 피에이 등급보다는 피에프에이를 쓰는 것이 선택하기가 편하다. 피에이++는 피에프에이 4~8 미만, 피에이+++는 8 이상이므로 뜨거운 여름철에는 반드시 피에이+++를 쓰도록 하자.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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