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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05 20:21 수정 : 2014.02.06 11:47

화장품 광고.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요즘 화장품계에 난생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주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신의 스킨케어, 이것이 진짜 마지막인가요?” “기초화장,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이른바 ‘마무리 에센스’, ‘피니셔’의 등장이다. 작년에 설화수가 출시하여 돌풍을 일으키더니 올해는 미샤가 가세했다. 설화수의 피니셔는 “앞 단계 사용 제품의 효능을 높여 피부 깊숙이 우러나오는 생윤기를 찾아준다”고 주장하고, 미샤의 마무리 에센스는 “기초의 영양분과 수분을 꽉 모아 빠져나가지 않도록 밀어 넣어준다”고 한다.

이 굉장한 주장을 믿어야 할까? 아니, 그보다 먼저 이것부터 묻자. 그럼 지금까지 기초제품들은 뭘 해준 걸까? 기초제품들이 약속했던 것이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게 아니었던가? 이게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면 왜 수십년 동안 우리에게 헛된 약속을 해온 걸까? 마무리 에센스는 왜 이제야 등장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화장품 회사들이 이걸 이제 생각해냈기 때문에 이제 등장한 것이다. 화장품을 쓰는 법칙은 화장품 회사들이 어떤 생각을 떠올리느냐에 좌우된다. 그들이 ‘스킨→로션→크림’ 순으로 발라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그게 원칙이 되었다. 화장은 꼭 클렌징크림으로 지워야 한다고 말하자 그게 법칙이 되었다. 아이크림을 꼭 발라야 한다, 에센스를 꼭 써야 한다는 것도 화장품 회사들이 어느 순간 떠올려서 만들어낸 말들인데 이제는 대한민국 거의 모든 여성들이 따르는 종교의식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화장품 성분 중에 앞에 바른 성분의 흡수를 도와주는 성분이 있을까? 영양분을 꽁꽁 붙들어 피부 속으로 밀어 넣어주는 성분이 과연 있을까? 화장품은 보습, 유연, 진정, 항산화 등등의 작용을 하는 여러 성분들을 안정화시켜 섞어놓은 것이다. 더 이상의 어떤 화학반응도 상승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주삿바늘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떤 성분이 영양분만 쪽쪽 골라 ‘붙들어서 밀어 넣는’ 물리적인 작용을 한단 말인가?

문제의 마무리 제품들은 각각 ‘녹삼효’와 ‘발효홍삼수’가 그런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다. 다른 성분으로 들리지만 결국 비슷한 홍삼발효 성분이다. 홍삼발효 성분은 항산화 기능이 기대될 뿐 이런 공상과학영화 같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성분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굳이 추가로 돈을 들여 마무리 에센스를 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에센스나 로션에 같이 배합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피니셔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하고 마무리 에센스는 현재 판매율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화장품 회사들은 늘 그럴싸한 주장을 만들어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지만, 마무리 제품의 개념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억지라는 걸 누구나 알 만하다.

성분으로 볼 때 미샤의 마무리 에센스는 엄청나게 많은 약초 및 한방 성분이 함유된 항노화 에센스일 뿐이다. 이 에센스를 굳이 마무리 단계에 발라야 할 유일한 이유는 금과 마이카, 티타늄디옥사이드가 함유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모두 피부를 반짝거리게 하거나 좀더 하얗게 만들어주는 착색제로, 약간의 화장효과를 준다.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사진 광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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