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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6 19:58 수정 : 2014.02.27 14:09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한방 화장품의 인기가 날로 치솟아 지난해 그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이르렀다. 유기농 화장품 시장도 매년 7~9%씩 무섭게 성장하여 매출이 900억원에 이른다. 디엔에이, 줄기세포, 발효 등 바이오과학을 표방한 화장품은 연간 400억원 규모로 매년 2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방, 유기농, 발효. 이 세 가지 화장품의 성장은 무엇을 말할까? 이들이 여타 다른 화장품에 비해 성능이 뛰어날까? 사실 화장품 세계에서 좋은 제품이 잘 팔린다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 드라마와 스타를 이용한 노출, 카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전 채널을 동원한 마케팅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그만큼 한방, 유기농, 발효 화장품은 현재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마케팅이 공격적인 만큼 이들의 주장도 대담하다. 어느 한방 화장품은 자기네 크림을 바르면 혈행이 개선된다고 광고하고 있다. 어느 발효 화장품은 자기네 제품이 발효 에너지로 가득 차서 세포를 디톡스 하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채워준다고 말한다. 또 어느 유기농 제품은 화학성분을 바르면 피부가 얇고 약해져서 빨리 늙는다는 근거 없는 말을 퍼뜨리고 있다.

화장품은 엄청난 기적을 행해주는 신비로운 무언가가 아니다. 어떤 화장품도 보습과 진정, 약간의 노화방지 효과 이상의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 1년간 진행된 본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필자는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이 세 가지 제품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주고자 한다.

■ 한방 화장품 일반 화장품과 똑같은 기본 성분에 동양에서 자생하는 각종 식물 성분을 넣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약재를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한약을 먹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그것이 모두 피부에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생강, 금과 같은 자극 성분이 첨가되는가 하면, 어떤 약초는 너무 희귀해서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표 성분으로 내세우는 인삼과 홍삼 역시 알려진 다른 좋은 항산화 성분(레티놀, 펩타이드, 히알루론산 등)에 견줘 월등히 좋다고 말할 수 없다.

■ 발효 화장품 발효음식은 유해물질을 분해하고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먹을 때의 효과이지 바를 때의 효과가 아니다. 대부분의 발효 성분은 발효 이전의 상태와 효과·안전성에서 별 차이가 없다. 엄청난 노화예방 효과는 기업들이 과장한 것이다.

■ 유기농 화장품 피부에 훨씬 순하고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가설에 불과하다. 그 어떤 실험도 이를 증명한 적이 없다. 미국 농무부(USDA)도 유기농 인증제는 마케팅 프로그램일 뿐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기농 화장품 회사들이 화학 성분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기농 마케팅이 먹혀들면 먹혀들수록 소비자는 쓸데없는 공포에 시달리며 2~3배가 넘는 돈을 화장품에 지출해야 한다. 화장품 시장은 소비자의 무지를 발판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끝>

※최지현의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의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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