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4.21 20:16 수정 : 2013.04.22 13:51

파킨슨병·노환도 마찬가지
정부, 노인학대 단속보단
부정수급 측면에만 초점

노인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설 안에 퍼져 있는 무딘 인권 감수성과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낳은 결과로 본다.

의학적으로는 초기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느끼는 각종 수치심은 일반인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도 ‘그들은 느끼지 못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병원 안에는 치매환자뿐만 아니라 뇌졸중·심근경색·노환 등 정신질환이 아닌 환자들도 많다. 이들의 ‘정신상태’는 일반인과 같다. 메디웰 병원의 안주연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치매라고 할지라도 증상의 경중에 따라 충분히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도 마찬가지다. 노환이나 심근경색 등은 말할 나위도 없다”고 말했다.

현장의 열악한 환경도 악순환을 일으킨다. 박경순 우석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요양시설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노인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서 점점 인권 감수성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인요양원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겨레>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행정처분 현황을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전체 건수는 알고 있으면서도 세부적으로 어떤 사유로 행정처분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복지부 담당 직원은 “행정처분의 90% 이상이 부정수급(입소 노인을 허위로 등록해 보험액을 타내는 것) 관련”이라고 말했다. 요양시설 감독의 초점이 노인 학대 등 질적 측면보다 부정수급 단속과 같은 양적 측면에만 맞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자가 취재한 요양원의 1차 감독기관인 해당 시청의 노인복지 담당 직원도 “우리 시에는 노인 학대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없다”고 대답했다. 복지부의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관리지침’은 끈으로 묶는 등 신체를 구속하는 행위나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 등을 금지하면서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사문화된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대전·천안·청주 등 3개 지역의 노인요양원 한 곳씩을 방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직까지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태만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인권위는 노인요양장기보험제도 시행 2년을 맞아 내놓은 침해구제 결정문에서 “기저귀 교환이 정해진 시간에 일률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입소 노인의 개별 배변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 세안, 의류 착의 및 탈의, 식사 및 양치, 기저귀 교체 및 위생관리와 배변훈련 등 입소 노인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상근 의사가 없고, 치매노인이 대부분인데 직원들은 특별한 의학지식이 없는 형편이므로 가급적 중병을 가진 노인들의 입소를 제한해야 한다. 적절한 간호 및 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기술의 부재가 현저하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해 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노인요양원의 의료 여건이 매우 열악하니 관련 매뉴얼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중증 노인의 경우는 노인요양병원으로 보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도록 하라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가 1년에 한번 실사를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이라는 비판이 인다. 공단의 장기요양제도 자문위원은 “요양시설은 평가 때 반짝 서류 준비만 하면 끝이다. 심지어 서류 준비를 대행해주는 곳도 있다. 나머지 시기에는 방치된다. 의례적 평가보다는 상시적인 감시체계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노인요양원 체험르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