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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25 20:15 수정 : 2013.04.25 20:15

전용호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직면한 주요한 문제들은 제도 도입 초기에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실시한 ‘시장화’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제도 도입 이전인 2000년 중반에 장기요양기관과 요양인력은 매우 부족했다. 당시 정부는 장기요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강력한 시장화 정책을 실시했다. 민간에게 허용되지 않던 장기요양 시장을 민간 영리사업자에게 열어줬고 시설 설립 요건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신고만 하면 쉽게 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민간 기관들이 요양보호사 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수익을 기대한 영리사업자와 요양인력들이 장기요양 시장에 대거 진입했고 단기간에 장기요양 인프라가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화 정책은 각종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전반적으로 장기요양기관이 과잉 공급되면서 과당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서비스 이용자 유치를 위해 선물 제공과 서비스 비용(본인 부담금) 면제를 일삼고, 심지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 부당청구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도 경쟁에서 밀려난 수천개의 장기요양기관들이 매년 적자를 견디지 못해 폐업한다.

둘째,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과 잦은 이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의 손과 발이 되어 신체수발과 가사수발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법적 장치가 취약해 상당수가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 근무한다.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의 절반가량이 근무 시작 6개월 이내에 퇴직한다.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셋째, 서비스 질의 악화와 노인에 대한 학대의 문제도 우려스럽다. 질 좋은 서비스는 노인과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할 때 가능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관의 상시적인 폐업, 요양보호사의 잦은 이직과 교체, 치열한 경쟁, 낮은 수가 등으로 인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경쟁에서 밀린 소규모 기관은 서비스 질 개선은 신경쓰지 못하고 인건비 지급 등 기관 운영에 급급하다. 더욱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소수의 요양보호사들이 다수의 노인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근무 강도가 매우 높다. 스트레스로 인한 노인 학대 위험성이 있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장기요양서비스의 시장화를 추진한 국가다. 그러나 공공 시스템을 구축해서 장기요양기관과 인력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규제 및 관리·감독을 강화시켜 서비스 질의 개선을 도모하고 시장화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돌봄서비스품질위원회’(Care Quality Commission)라는 독립기구를 설치해서 서비스 질의 표준을 제시하고 기관들을 상시적으로 지원·감독하고 있다.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 개입의 최소화를 지향하는 시장화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오히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장기요양시장 진입 규제를 강화해서 자격이 있는 기관에게만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설치해서 상시적으로 기관을 지원·감독해야 한다. 아울러, 요양인력의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을 위한 공적 시스템의 구축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전용호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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