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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25 20:22 수정 : 2013.04.25 21:25

노인요양원 체험르포
(하) 값싼 노동, 싸구려 복지

대안은 없나

노인요양원의 열악한 실태와 인권침해 등을 방지하려면 철저한 관리·감독과 맞춤형 돌봄 체계,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애초 노인요양시설을 ‘시장경쟁’에 던져놓음으로써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 만큼 부분적 보완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게 아니라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의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수술’ 외치는데…
급여 현실화·근로시간 제한 등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도 시급
영리행위 금지 등 공공성 높일
법 개정안도 조만간 발의 예정

정부는 땜질 처방에만 급급
시민 감시로 상황 개선 힘든데
‘노인인권 옴부즈맨’ 도입 추진
평가성적 따른 ‘인센티브제’ 등
실효성 낮은 자율경쟁 추구도

■ 상설 감독기구 <한겨레>의 ‘노인요양원 체험르포’가 보도된 뒤 보건복지부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홍인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25일 “광범위한 노인 학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노인인권 옴부즈맨’ 제도의 구체안을 마련중이며, 이르면 하반기에 시범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는 요양시설 안에 지역 주민이나 공무원 등이 자유롭게 출입하며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옴부즈맨 제도가 ‘알리바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한다. 노인 인권 문제를 연구하는 권중돈 목원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시민참여로 지금의 상황이 달라지기는 힘들다. 차라리 정부가 감독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상설기구를 만드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환자복지센터의 양봉석 소장도 “복지부가 근본 구조를 바꿔야지 땜질실 처방만 내놓으면 안 된다. 장기요양 수요 및 서비스의 질을 관리·감독하는 일본의 포괄지역센터, 독일의 지역수발센터처럼 지역 단위로 움직이는 강력한 시설 감시·관리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맞춤형 돌봄 체계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인권침해 상황에 손쉽게 노출되는 근본적 이유를 ‘개인이 사라지고 집단만 남은’ 현재의 서비스 체계에서 찾는다. 즉, 한 요양보호사가 요양 1등급부터 3등급까지 다양한 처지의 노인들을 돌볼 때 필요한 노동이 각기 다른데,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부실한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이다. 요양 1등급은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며, 2·3등급으로 내려가면서 ‘상당 부분 도움’, ‘부분적 도움’으로 완화된다.

기자가 찾은 노인요양원의 실내 모습.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노인들의 마음이 상쾌할 리도 없지만,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여건 또한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행복한 노동이 행복한 복지 서비스를 낳는다고 강조한다.
그럼 아예 노인을 등급별로 입소시켜 관리하면 어떨까. 권중돈 교수는 “고려해볼 수는 있으나 중증 치매 노인의 소외 등을 낳을 수 있다. 시설 자체적으로 노인 개개인의 사례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해당 노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돌봄이 요구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맞춤형 돌봄 계획’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인권 교육을 펼쳐 종사자들의 인권 의식을 개선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권 교수는 강조했다.

■ 요양보호사 노동권 보장 요양보호사들도 처음에는 노인을 대할 때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둔감해지게 마련이다.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처우의 반복 때문이다. 최승희 대한간병·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사람이 힘들면 어쩔 수 없게 된다. 녹초가 된 상태에서 치매 노인이 부르면 ‘왜’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노동을 인정받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어르신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이 하루빨리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과 ‘장기요양보험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안을 보면, 시설장의 근로기준법 준수를 의무화해 요양보호사들의 노동권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설장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요양보호사들의 교육과 취업을 알선하고 시설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요양보호사 지원센터’의 건립도 의무화했다.

■ 공공성 강화하는 법 개정 복지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노인장기요양보험 기본계획’은 시설을 평가해 성적이 좋은 곳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자율경쟁 강화가 주된 내용이다. 공공성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남윤인순 의원과 공대위의 법 개정안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장기요양시설 건립을 의무화했다. 또 시설·인력·전문성이 강화된 ‘장기요양법인’만이 허가를 받아 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인의 영리행위도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요양시설의 경우 법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하고 장기요양법인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남윤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요양시설 운영을 법인 기준으로 강화하면 영세한 개인업자들이 서로 모여서 자연스럽게 법인화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정안 마련 작업을 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노인요양시설의 문제 상당수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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