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25 21:13
수정 : 2013.04.25 21:13
노인요양원 체험르포 / 노인요양원 체험담·독자반응
중증 치매·다리절단 환자 동거도
“늙고 병든다는 건 슬픔 넘어 공포”
<한겨레>가 노인요양원의 인권 실태(22·23일치 1면)를 보도하자,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의 보호자와 요양보호업 종사자 등이 보도 내용과 유사한 체험담을 앞다퉈 알려왔다.
2011년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지금은 부모를 재가 서비스로 보살피고 있는 김아무개(49)씨는 23일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노인요양원 실습교육 때 겪은 이야기를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가 실습을 나간 곳은 경기도 한 중소도시에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요양원으로 노인 100여명이 생활했다. 김씨와 함께 실습교육을 받은 동기들이 첫 출근날 들은 얘기는 놀랍게도 “노인들에게 잘해주지 말라”는 요양보호사들의 지시였다. “잘해줄수록 노인들의 요구가 많아진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와 동료는 항의하고 싶었지만, 자신들의 실습기간 동안 요양원 쪽이 평가를 하기 때문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말을 들어보면, 이 요양원에는 방마다 텔레비전도 없었다. 거실에 한대가 있었는데, 아무도 노인들을 거실로 옮겨주지 않았다. 침대에서 혼자 내려올 수 없는 노인들은 온종일 벽만 쳐다봤다. 한방에 중증 치매환자들과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같이 지내기도 했다. 그 당뇨환자는 하반신만 못 쓸 뿐 상체와 정신은 일반인과 같았지만, 그도 치매환자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누구와 말도 못하는 상황을 그 환자가 너무 괴로워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를 딱하게 여긴 교육 동기들이 휠체어에 태워 요양원 안을 돌아다니게 하자 요양원 쪽에선 그마저도 말렸다. 김씨는 “기가 막혔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 요양원의 목욕 광경도 기자가 목격한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 “복도에 일렬로 10여명을 발가벗긴 채 세워놔요. 그리고 대충 5분 안에 물을 끼얹으며 목욕을 끝내요.” 밥 먹이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5분 안에 식사를 다 시켜요. 치매 있는 분에게는 더해요.”
부실한 위생상태를 고발하는 사진(사진)도 제보됐다. 이 제보자는 전자우편에서 “아버지를 한 요양원에 맡겼는데 피부병에 걸려 결국은 퇴소했다. 이를 쉬쉬하는 원장에게 화가 난 요양원의 간호사가 침대를 치운 자리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알려왔다. 사진을 보면 침대가 있던 곳에 곰팡이가 슬어 있다. 제보자는 이를 따지러 지역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갔더니 “해당 기관(요양원)에 상의하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상세히 기사화하기 힘든 내용의 체험담을 전해온 독자들도 여럿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산다는 한 간호사는 전자우편을 보내 “미국에서 양로병원에도 근무했고, 지금 맡은 환자도 80살이 넘는 노인이다. 이번 보도를 보고 미국의 노인들과 비교해봤을 때 아주 낯설고 아득한 느낌이 든다. 한국 정부가 노인들한테 진 빚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 국가가 뭘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누리꾼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가장 많은 3000여회 추천을 받은 글은 “아무리 나이들었다 해도 엄연한 여인이시고, 따라서 존중해 드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누리꾼은 “복지부 관계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지금 당장 정부의 감사팀을 꾸려서 (서비스) 질이 어떠한지 감시해도 조금은 나아질수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기사를 링크하며 “늙고 병든다는 건, 슬픈 걸 넘어 무서운 거군요. 훗날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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