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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지역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실함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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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강국의 길/ 1부 히든 챔피언에서 배운다
독일경제는 왜 강한가
작년 세계 500대 기업 중 독일은 32개 뿐이었지만
글로벌 강소기업 1천여곳 달해
유럽 젊은이들 ‘구직 이민’
제조업에 기반한 중소기업들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파고들어
고용창출·국민소득에도 큰 역할 독일 경제가 강한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독일 정부의 경제개혁이 꼽힌다. 1990년대 말 독일 실업자는 600만~700만명에 달했다. 베를린 시민의 25%가 일하지 않으면서 오직 정부의 복지혜택으로 생활했을 정도였다.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정부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2년 경제개혁 정책인 ‘어젠더 2010’을 단행했다. 정부에만 의존한 채 일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대폭 줄였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조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을 자제한 것은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기업들의 법인세 인하와 사회보장 부담축소도 단행됐다. 슈뢰더 총리가 2001년에 법인세율을 40%에서 25%로 낮춘 데 이어,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008년에 15%로 인하해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 여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했다. 오는 9월 실시되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집권 기민당의 표정은 밝지 않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후퇴하며 연립정부 구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8년차를 맞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개인적 인기는 여전히 상한가다. 독일의 주간지 <슈테른>이 독일 정치인들의 인기도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메르켈 총리가 경쟁자들을 누르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의 강형곤 투자유치팀장은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 타임스>가 유럽연합 안에서의 독일어 배우기 열풍을 다뤘다. 유럽의 젋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너도나도 독일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고 소개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독일의 강한 중소기업들은 독일 경제를 구한 효자로 꼽힌다. 특히 매출이나 근로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틈새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오른 히든 챔피언들은 독일 부흥의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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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가 중소기업인데 효율성은 세계 최하위권 한국의 현실은독일의 53.8% 미국의 59.7% 수준 한국의 중소기업은 ‘99-88’(사업체수의 99.9%, 일자리의 87%)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지만, 경쟁력에서는 독일 히든 챔피언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와 생산액 비중(5인 이상 제조업 기준)은 2010년 기준 47%대에 불과하다.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는 2010년 기준 5100만원으로, 대기업(1억4500만원)의 35%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평가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전체 59개국 중 51위로 최하위권이다. 대기업 효율성의 61%에 불과하고, 국가별 비교에서도 독일의 53.8%, 미국의 59.7%에 그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오동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대·중소기업 간 효율성 격차가 작을수록 국가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한다. 반면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대기업을 압도한다. 제조업 분야만 보면, 중소기업의 종사자 수는 2006~2010년 5년간 4.4%가 늘어났지만 대기업은 2.6%가 되레 줄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년간 중소기업 일자리는 358만1851개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21만5205개가 줄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중소기업 강국’은 필수조건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중소기업 강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지난 50여년간 지속된 소수 수출 대기업에 평향된 경제정책을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가 균형을 이루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성장의 축으로 자리 잡아 성장 과실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중소기업을 질식시키고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불공정하도급거래를 근절시켜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네트워크가 정상화돼야 한다. 중소기업 간 협력과 지역단위의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평적 협력네트워크의 활성화도 관건이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경제력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 및 제품 혁신과 국내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글로벌화 노력이 시급하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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