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진 소설 <5화>
지프를 향해 뛰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키스였다. 우리는 안도하면서도 당황했다. 키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총성 없이 마무리된 상황이 아쉬웠다. 키스는 숨 고를 새도 없이 소대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양민이었습니다.
죽였나?
살려 보냈습니다.
비씨의 마누라일 확률은?
없습니다.
왜지?
늙은이였습니다.
너 지금 실수했어.
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소대장은 운전병을 재촉해 속도를 높였다. 빨리 여기를 뜨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우리는 쥐죽은 듯 고개를 무릎에 박았다. 소대장은 운전병에게 연신 고함을 질러댔다. 더 빨리, 더, 더. 운전병은 가속페달을 연거푸 밟았다. 비씨에게 우리의 위치가 발각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마을에 당도해야만 했다.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올 것 같은 긴박감이 모두를 옥죄었다. 지프의 속력이 빨라지자 귓속이 얼얼했다. 바람 소리와 흙 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키스에게 물었다.
왜 안 죽였어?
전략촌 밖을 돌아다니는 민간인은 사살해도 무방하다는 지침을 우리는 서로에게 다시 상기시켰다.
한 번쯤 안 죽이고 싶었거든.
키스가 장총을 끌어안고 천진하게 대답했다. 얼굴에 화색이 나돌았다. 순간 키스를 뺀 나머지 모두에게 알 수 없는 시기심이 끓어올랐다.
뭣하러 싸구려 총알을 훈장이랑 바꾸는 거야?
키스 옆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
천국으로.
키스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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