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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피해를 입은 미야코 지역의 마을 아이들이 영화생협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미야코 영화생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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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일으킨 일본의 생협
2011년 3월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최고 진도 7의 진동과 함께 해일로 동일본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사흘 뒤 가나가와 현민공제 생활협동조합은 이런 공고를 냈다. ‘지진 피해로 공제부금(보험료)을 내기 곤란한 분들에게 최장 6개월간 납부를 유예합니다. 공제금(보험금) 신청 서류를 일부 생략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지급하겠습니다.’ 방사능 철저한 검사로먹을거리 신뢰 회복
피해지역 재건 마중물 노릇
영화생협은 순회 상영회
이재민들 마음 달래 공제란 일종의 보험이다. 다만 생협 공제는 조합원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하고, 보험회사와 달리 자본이득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가 사보험에 견줘 매우 싼 것이 특징이다. 보장 수준을 조금 낮추는 대신 월 1000~3000엔의 보험료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생협 공제에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여기에다 간소한 절차를 거쳐 며칠 만에 보험금을 바로 지급한다. 3·11 대지진 이후 생협 공제의 강점이 발휘됐다. 전국생활협동조합연합회 보고를 보면, 2013년 3월 말까지 전국의 현민공제 가입자 가운데 생명공제에서 2533건(156억엔), 지진 피해까지 보장하는 신형화재공제에서 2만9231건(371억엔)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지진 피해자들 가운데는 다른 생협 공제에 가입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 화재보험은 지진 피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조합원 사이의 유대를 키우는 생협의 강점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전국 각지의 생협들이 후쿠시마 생협 돕기에 나서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곳곳에서 이어졌고, 피해지역 생협들은 지역 재건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일본 후쿠시마현 일대가 방사능에 오염돼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던 2011년 4월, 미야기 생협은 ‘힘내라 후쿠시마, 농산물 구매로 응원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후쿠시마 생산자들을 돕는 행사를 벌였다. 5가지 채소를 담아 한 상자에 500엔(당시 약 6000원)으로 조합원들에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도호쿠 지역 6개 현에서 6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이 행사에서 무려 17만 상자의 후쿠시마산 채소가 팔려나갔다. 미야기 생협은 2012년에도 이 행사를 벌였다. 이와테 생협은 2012년 3월 대지진 1년을 맞아 각 점포에서 후쿠시마 농산물 응원판매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점포에서는 나흘간 팔기로 하고 30만엔어치의 식품을 준비했는데, 첫날에만 16만엔어치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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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공제 광고를 달고 달리는 일본 아이치현의 시내버스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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