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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있는 ‘지역관리기업 파리3지구’가 지난해 10월 지역 광장에서 중고 자전거를 팔고 있다. 지역관리기업 파리4지구와 함께 해마다 두차례 중고 자전거를 팔아 운영 기금을 마련한다. 지역관리기업 파리3지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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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25돌] 도시의 미래를 보다
파리의 ‘지역관리기업’
거리청소·집수리·페인트칠 등
지역 일 맡아 하는 사회적 기업
전국에 140곳…노동자 8천여명
절반은 2년뒤 새 일자리 구해
정부, 재취업률 따라 차별 지원
아프리카 토고 출신인 압두(35)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홀로 고향을 떠나온 지 3년6개월여 만에 프랑스인들도 어렵다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전기자동차 관리 업체에 취직한 그는 “한달 1400유로(한화 200만원)에 점심값도 따로 받는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기쁘다”고 했다.
2009년 파리에 발을 디딘 압두는 짐 나르는 업체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파리 북서부에 있는 ‘지역관리기업 파리17지구’에서 일하며 2년 넘게 거리 청소를 했다. 17지구 지역관리기업은 “압두가 의욕이 넘치고 일을 열심히 한다”며 추천했다. 압두는 “일자리를 못 구해 몇 번이나 귀국하려고 했다. 청소 일을 하는 틈틈이 응급차 운전자격증을 따둔 게 취업에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7지구 지역관리기업에선 압두의 동료 20여명이 일한다. 이 지역엔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절반쯤씩 산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지역관리기업에 취직해 거리 청소 같은 일을 한다. 지역관리기업의 베르트르 쥘리앙(59)은 “지난해엔 일한 지 2년 넘은 6명 중 3명이 취업했다. 직원의 60%를 취직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 자신도 한때는 지하철에서 신문을 팔며 노숙자로 지냈다고 했다.
저소득층의 보금자리 구실을 하는 프랑스의 지역관리기업은 1970년대 루베시 알마가르 구역에서 발생한 지역 주민들의 철거 반대운동에서 시작됐다. 이곳에 모인 사회학자 등이 ‘도심민중작업장’을 만들었고, 이 조직이 발전해 우리의 사회적기업과 비슷한 지역관리기업이 생겨났다. 지역관리기업은 거리·공원 청소, 집수리, 페인트칠처럼 마을에서 필요한 일을 한다는 점이 사회적기업과 다르다. 파리에만 지역관리기업이 10군데가 넘고, 프랑스 전역에는 140곳을 웃돈다. 지역관리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줄잡아 8000여명에 이른다. 대략 2년쯤 일하면 절반가량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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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리기업’ 지원 책임자 리콜로 “소외된 저소득층 사회참여 돕는 게 목적” 1980년대 소득격차 심해지자
“이대론 안 된다” 자발적 창립
전국위원회 두고 사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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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리기업’ 지원 책임자 뱅상 리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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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에 공예·재봉 등 교육
상품 만들어 바자회·전시회 판매 절망 아닌 희망 주는 ‘에자트’ 지적장애인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일자리도 마련해주는 ‘에자트’(ESAT)는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다. 목공예, 도자기 공예, 재봉, 포장, 건물 도색 등 9개 분야에서 지적장애인 153명이 일한다. 일부는 취직하기도 하고, 10년 넘게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4월23일 찾아간 목공예반에선 1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강사인 에리크 쇼몽(47)의 지도를 받아가며 나무를 깎아내는 기술을 배운다. 쇼몽은 목수로 일하다가 15년 전 에자트에 왔다. 장애인들은 하루 8시간씩 목공예반에서 일하고 최저임금 수준인 한달 1200유로(170만원)를 받는다. 이들이 만든 목공예품은 주문을 받거나 바자회·전시회 등을 열어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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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도심의 골목길에 있는 지적장애인 사회적기업 ‘에자트’의 공예반에서 장애인들이 공예품을 만드느라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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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지적장애인 사회적기업 ‘에자트’의 목공예반에서 12년째 일해온 크리스토프(왼쪽)가 동료에게 목공예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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