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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한 커피 재배 농민이 커피나무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네슬레는 전세계 커피 생산지에서 농민에게 기술과 장비를 지원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그에 따라 질 높고 풍부한 커피 원두를 공급받아 공유가치창출(CSV)을 실현하고 있다. 네슬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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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25돌] 막오른 CSV시대
경제·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네슬레 ‘책임농업’ 프로젝트 질좋은 커피 원두 확보하고
현지농부 소득은 크게 늘고
물 절약에 수질오염도 막아 사업활동과 사회문제 연결
공유가치창출 모델 만들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부터 남쪽으로 500㎞ 떨어진 하마라는 마을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커피 원두, 이르가체페 아라비카 생산지다. 하지만 뛰어난 커피 품종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농부들은 생산량은 떨어지고 빚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들쑥날쑥한 생산량과 품질 문제를 고민하던 네슬레는 이곳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팀을 보냈다. 조사 결과, 악순환의 원인은 간단했다. 이곳 농부들의 소득이 커피를 수확해 판 날로부터 다음 수확 때까지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농부들은 돈이 떨어지면 커피 농사를 중단하거나 다음 수확을 위해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더 큰 빚으로 돌아왔다. 지속적으로 좋은 원두가 생산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네슬레는 좋은 품질의 커피 원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방안으로 이곳에서 ‘책임 농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농부들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봄에는 채소를 심고, 당나귀나 말 등 가축을 기르며 수익을 다변화했다. 그들이 키운 당나귀와 말은 농부들이 중간상에게 커피 과육을 넘기는 대신 직접 싣고 처리장으로 올 수 있게 했다. 농부들의 이익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네슬레는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농부들이 매우 오래된 방식으로 커피 과육을 벗겨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육은 퇴비로 사용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지만, 헛되이 버려져 물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네슬레는 이곳에 현대식 장비를 들여왔다. 그 전에 원두 1㎏을 생산하려면 60ℓ의 물이 쓰였지만, 새 기계로는 2~3ℓ만 있으면 됐다. 벗겨진 과육은 퇴비로 사용됐다. 네슬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풍부한 양의 품질 좋은 원두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하마의 농민 소득은 크게 늘어났다. 물을 절약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는 덤이었다. 현재 전세계 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가장 잘 실천하는 것으로 손꼽히는 기업은 네슬레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공유가치창출을 기업의 궁극적인 경영이념으로 도입했다. 네슬레가 지향하는 방향은 지난 3월 발간된 309쪽짜리 네슬레의 ‘2012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 네슬레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우리는 전세계와 지역 이슈, 예를 들어 영양과 물, 지역 발전 등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주주와 사회에 의미있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공유가치창출이다. 우리는 선제적으로 우리의 핵심 사업활동과 사회문제를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고 밝혔다. 네슬레 공유가치창출의 또다른 사례는 요오드 강화 식품이다. 네슬레는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현재 전세계 20억명의 인구가 요오드 결핍증 위험에 처해 있고, 실제로 8억명은 요오드 결핍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오드가 부족하면,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성장이 늦어지고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어른들도 요오드 결핍이 계속되면 갑상선종이 생길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 네슬레는 인스턴트 라면이나 수프 등을 만드는 마기 브랜드의 식품에 요오드 함유 소금을 쓰기 시작했다. 요오드 부족이 심각한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 큰 환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네슬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철분, 비타민A, 아연 등 제3세계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필수영양소들을 식품에 계속 첨가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미취학 아동의 3분의 1이 비타민A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4분의 3의 어린이와 수많은 임신 여성이 빈혈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빈혈 증상의 원인은 주로 철분 부족이다. 네슬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든 몬’ 시리얼에 비타민A와 철분을 첨가했다. 현재 ‘골든 몬’ 시리얼은 나이지리아에서 2억1000만개 넘게 팔리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제품의 경쟁력을 접목한 사례는 그외에도 무수히 많다. 인도네시아에 팔리는 0.12달러짜리 마일로 초코볼은 아이들의 열량 부족을 해결해 주고 있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팔리는 저염·저당 식품들은 ‘비만과의 전쟁’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네슬레가 집계한 2012년 전세계 판매량을 보면, 전해에 비해 철분 함유 제품은 530억개에서 840억개로 크게 뛰었다. 요오드 함유 제품도 1020억개에서 1050억개로 순조롭게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착한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는 몽상가적인 이야기가 네슬레에는 이미 현실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물·영양·농촌개발 3분야에 집중 행동강령지침도 3단계로 구체화 네슬레의 CSV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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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의 CSV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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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의 농학자들이 커피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네슬레의 농학자들은 다수확 묘목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하고, 여기서 얻은 기술을 다시 농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네슬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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