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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3 19:17 수정 : 2013.05.16 16:22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얼마 전 올림픽 중계를 제쳐놓고 본 실황중계가 있었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큐리오시티 화성탐사선의 화성 착륙 중계였다. 시속 1600㎞의 무서운 속도로 화성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900㎏의 탐사선을 낙하산에 이어 로켓 분사력으로 감속시켜 안전하게 착륙시킨다는 어려운 임무도 그렇거니와 그 과정을 ‘7분간의 테러’라고 명명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나사의 홍보감각도 칭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끈 것은 방송에 등장한 독특한 나사 엔지니어의 모습이었다. 이 어려운 임무를 지휘하는 리더로 나오는 이 엔지니어는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듯이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빗어 올리고 구레나룻을 기른 외모의 사나이였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공붓벌레 스타일의 천재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쩐지 범상치 않아 보여 이 사람에 대해서 찾아봤다. 그는 나사의 선임엔지니어인 애덤 스텔츠너였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음은 언론 보도와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별로 똑똑하지 못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아버지에게서 “넌 막노동꾼 이상은 될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부모가 얼마나 그에게 실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교 때는 기하학에서 F플러스(+)로 간신히 낙제를 면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두 번이나 계속 수준 미달의 결과를 가져오는 그를 담당 교사가 다시 보기 싫어서 그냥 플러스를 붙여 통과시켜 준 것이라고 한다. 공부 대신 그는 고교 시절 섹스, 마약, 로큰롤에 탐닉했다. 당연히 고교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클럽밴드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록스타가 되는 것을 꿈꿨다.

그렇게 생활하던 그는 어느 날 클럽에서 연주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다가 밤하늘을 보고 별의 위치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별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그는 커뮤니티칼리지에 들어가 천문학 강좌를 수강하려고 했다. 그런데 천문학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물리학 강좌를 이수해야 했다. 물리학 수업 첫번째 시간에 접한 공식을 통해 그는 자연현상의 법칙을 연구하는 이 학문이 그가 원하던 것임을 알게 됐다. 그는 “나는 나의 종교를 찾아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듬해 그는 음악을 완전히 접고 공부에 몰두해 결국 UC데이비스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런 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석사,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나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년 동안 큐리오시티 탐사선 프로젝트에서 화성 착륙 시스템의 디자인 및 실행 작업을 지휘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는 멋지게 성공시켰다.

스텔츠너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 보면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또 천재는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평생 ‘동기부여’를 해줄 대상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를 찾아낸 스텔츠너가 무인탐사선의 화성 착륙이라는 전인미답의 일을 성취해낼 수 있었던 이유다.

명문대 입학만을 목표로 하는 암기형 공붓벌레 영재들을 키워내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참교육’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봤다.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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