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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2 15:25 수정 : 2013.06.12 16:36

[한겨레 날뉴스] 비장한 표정으로 국정원 비난했지만
민주당 진상조사 특위 내용 반복…기자들 “괜히 왔다”

민주당이 11일 오전 8시48분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오전 9시40분에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1야당 대표가 ‘긴급 회견’을 한다고 하니, 취재 기자들과 신문사 사진기자,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당 대표실에 속속 모여들었다. 카메라들의 초점이 표정이 굳어져 있는 김 대표를 향해 맞춰졌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김 대표는 ‘정치공작’이란 표현을 쓰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정치공작과 경찰의 은폐·축소 시도는 헌정 질서를 흔드는 반국가적 범죄 행위”라며 “그럼에도 법치의 마지막 보루이어야 할 법무장관이 오히려 앞장서서 법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강한 어조로 회견문을 읽어갔다.

하지만 그의 비장한 표정과 달리,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 사이에선 “당 대표의 긴급회견이라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줄 알았더니 별 게 없네”라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괜히 회견에 왔네”라며 한숨을 쉬는 기자도 있었다.

이날 회견에서 김 대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개입과 관련해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검찰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재정 신청’(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불기소처분의 옳고 그름을 가려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을 내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가 ‘긴급’이라고 붙인 기자회견 내용은 이미 지난 9일 민주당의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조사특위’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했던 기자회견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기자들이 “긴급이라더니, 새로운 메시지가 없네”라고 지적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탓에 당 내부에서도 김 대표의 기자회견이 시점을 놓친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왔다. 진상조사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김 대표에게 9일(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리끼리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10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문 이전에 김 대표가 회견을 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어차피 당에 국정원 진상조사특위가 꾸려져 있으니 특위가 기자회견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김 대표가 생각한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진상조사특위와 법사위 소속 의원 등의 판단은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를 집중 추궁할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전날에 김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의 무게감’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검찰, 법무부에 엄정한 사건 처리 등을 강력하게 주문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선 지난해 대선 이후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대응을 강하게 할 경우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도부가 머뭇거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제1야당의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에, 많은 언론들은 김 대표의 발언을 기사화하는 것을 검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정치 관여)로 불구속 기소하자, 다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야권의 요구대로 검찰이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기소하긴 했지만, 구속이 아닌 불구속기소에 그친 것에 대한 야당의 반응이 더 궁금해지게 된 것이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이전에 열린 김한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의 시의성이 떨어져버리 것이다. 김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별도의 기사로 신문 지면에 넣으려고 했다가, 기사화 계획을 포기하는 언론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2일 아침 신문에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김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미미하게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에 대한 ‘정치권 반응’을 다룬 기사에, 김한길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이 한두줄 들어가는 수준에 머물렀다. 더군다나 전날 저녁, 남북 당국간회담 무산이란 대형 이슈마저 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당 대표 긴급 기자회견인데 언론에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차라리 의원들의 요청대로 9일에 기자회견을 미리 했다면 좋았을 것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날뉴스’(한날)는 한겨레가 새로 선보이는 고정물입니다. 말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뉴스’라는 뜻입니다. 현장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뒷이야기이나, 취재 뒤의 감회, 기자가 직접 경험한 체험기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사들이 소개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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