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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1 13:50 수정 : 2013.06.21 17:31

[한겨레 날뉴스] 기상청은 비로 장마를 판단하지 않는다

“올해 장마는 일찍 시작하고 여름은 덥고 길다.”

지난달 23일 기상청은 ‘여름철 기상 전망’을 통해 올해 장마가 여느해보다 이른 6월 중순에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6월 초순 연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이 계속되자 ‘장마’를 기다리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11~12일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려 잠시 더위를 식혔을 뿐 이후 불볕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자 ‘제발 기상청의 장마 예보가 맞기’를 비는 심정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일기도에는 좀체 장마전선(정체전선)이 생겨나지 않았다. 여름철 전망을 발표한 기상청 기후예측과에선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지난 7일 기자와 만났을 때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일본의 바이우도 평년보다 일찍 시작한 것처럼 우리나라 장마도 여느해보다 일러 20일 이전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터였다. 모름지기 김 과장과 직원들의 속이 많이 탔을 것 같다.

지난 16일 기상청은 드디어 “내일(17일) 중부지방은 저녁부터 중국 중북부지방에서 활성화되면서 남동진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점차 받겠다”고 예보했다. 중부지방은 30년(1981~2010년) 평균 6월24~25일에 장마가 시작됐다. 여느해에 비해 일주일 일찍 온 장마다. 더욱이 중부지방에서 먼저 시작해 남부로 내려가는 ‘하행선 장마’다. 이런 현상은 1981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 있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서울에는 17~19일 12.6㎜의 많지 않은 비가 내렸지만 청주(177.5㎜), 부산(121.5㎜), 통영(132.5㎜) 등 충청과 남부지방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중부지방은 19일, 남부지방은 20일부터 또다시 무더위가 시작했다. 21일 기상청의 주간예보로는 적어도 다음주 금요일(28일)까지는 제주와 남부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주 초 내린 비는 장마가 맞기는 한 건가? 기상청은 일단 장마가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경 과장은 이날 “8월 말~9월 초 사후 분석을 통해 장마의 시작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현재까지의 분석으로도 17~19일의 강수는 장마 현상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단지 비가 내렸는지 여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한반도 부근의 수증기 영향 여부, 일기도에 장마전선이 형성됐는지 여부와 강수량, 지표기온, 일사량, 일조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장마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장마전선 곧 정체전선의 형성 유무다. 김 과장은 “장마의 정의는 성질이 다른 두 기단(공기덩어리)에 의해 정체전선이 형성된 것을 말하는데, 전선이 생겨도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도 있다. 따라서 비가 와야 장마로 여기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장마의 시작과 종료 전망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몇해만 봐도 이런 현상은 쉽게 확인된다. 2009년에는 장마전선의 발달과 강수의 시작 시점이 일치해 제주와 남부는 6월21일에, 중부는 일주일 뒤인 28일에 장마가 시작됐다. 그러나 2010년에는 6월17일 제주도 지역에 정체전선이 발생했지만 4㎜의 적은 비가 내렸을 뿐이다. 본격적인 호우는 26일에야 시작됐다. 그래도 기상청은 2010년의 장마 시작일을 6월17일로 정의했다.

21일의 일기도를 보면, 정체전선은 제주도 남쪽에서 일본 열도를 따라 걸쳐 있다. 18~19일 ‘맛뵈기 장마’를 보여주고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잠시 한반도를 벗어났을 뿐이다. 기상청은 23~26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비가 오기 시작하는 등 월말께면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해 본격적인 장마철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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