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24 15:23
수정 : 2013.07.30 15:05
한겨레 날뉴스
직장인 흡연자들, 야외 흡연 공간 없애자
인근 건물로 이동…‘풍선 효과’로 골머리
7월 초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옆 대로에 경찰차가 출동했다. 이어 “이곳은 금연지역입니다”라는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들이 서둘러 주변의 흡연 공간을 찾아 이동했다. 근처 건물 가운데는 대한상의와 에이치에스비시(HSBC)에만 흡연 장소가 있다.
대한상의 건물과 마주한 신한은행은 6월에 야외 흡연 공간을 없앴다. 신한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금연이라는 사회적 추세와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서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에스원, 아이엔지(ING), 부영, 에스케이(SK)해운, 씨제이(CJ)대한통운 등은 야외 흡연 공간을 없앤 지 오래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7월1부터 전용면적 150㎡ 이상 음식점에서의 흡연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은 더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씨제이(CJ)그룹이 사옥 반경 1㎞ 안에서 담배를 필 수 없도록 하면서 남산 본사와 퇴계로5가의 씨제이제일제당 등 계열사들의 야외 흡연 공간은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에 남산의 엘지(LG)유플러스도 동참했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의 이런 금연 정책에도 불구하고 흡연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데서 나타난다. 흡연자들이 금연을 선택하는 대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배 필 장소를 찾아나서는 이른바 ‘흡연 투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흡연 공간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도 흡연자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금연 구역까지 흡연자들이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담배 연기와 고약한 냄새가 실내로 스며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대한상의 김연강 총무팀장은 “신한은행이 흡연 공간을 없앤 뒤 우리 건물로 오는 흡연자들이 그 전보다 20%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흡연공간과 맞닿아 있는 지하 1층 식당가에서 민원이 들어오고 주변 대로에 꽁초들이 쌓여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한상의처럼 여러 회사들이 입주해 있거나 다수 기업들이 회원으로 있는 건물은 흡연 공간을 폐쇄하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인 셈이다. 기업들이 자사 사옥의 청결이나 사원들의 건강을 위해 흡연 공간을 없앤 대신, 흡연자들이 여러 회사가 함께 쓰는 ‘공유지 건물’으로 옮겨가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또 ‘풍선 효과’가 무서워 흡연 공간을 없애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흡연 공간을 아예 없애면 회의실이나 계단 등에서 담배를 필 우려가 있어 없애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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