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8 11:27
수정 : 2014.03.28 11:28
오래동안 머물며 통신중계 정찰 등 임무 수행
인공위성보다 싸고 기상 변화 적어 효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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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스그룹이 개발에 착수한 성층권 비행선 `스트라토부스‘ 디자인. thales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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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은 지상 약 10~50km 사이의 대기층을 말한다. 대류의 움직임이 적어 기상 변화가 거의 없는 대기권이다. 항공기 순항고도보다는 높지만, 인공위성보다는 훨씬 낮은 고도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무주공산의 이 하늘 영역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성층권 비행선 개발이 한창이다.
성층권 비행선이란 고도 20㎞ 부근에 장기간 머물면서 통신중계, 원격탐사,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선을 말한다. 영어로는 ‘Stratellite’라 부른다. 이는 성층권(stratosphere)과 인공위성(satellite)을 합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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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비행선은 고도 20킬로미터 상공에서 정지 상태를 유지한 채 활동한다. thales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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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 발 앞서 콘셉트 디자인 선봬…햇빛으로 작동
프랑스의 종합전기업체인 탈레스가 인공위성과 무인항공기(드론)을 합쳐놓은 개념의 성층권 비행선 ‘스트라토부스’(Stratobus) 콘셉트 디자인을 최근 공개했다. 스트라토부스는 고도 6만6000피트(약 20㎞)에서 각종 감시와 통신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플랫폼 역할을 겨냥한다.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성층권 비행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운영비용 대비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기상변화가 적으니 비행선의 안정성이 높고, 공기의 밀도도 낮아 위치를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적다. 또 인공위성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데이터 소실이나 지연 걱정없이 송수신할 수 있고, 항공기에 비해 높게 떠 있어 훨씬 광범위한 지역을 관찰할 수 있다.
일단 성층권에 올라간 비행선은 항공기와 달리 추가적인 연료공급 없이 햇빛에서 동력을 얻어 장기간 작동한다. 스트라토부스의 목표는 최대 5년까지 한 곳에 머물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다만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온도가 평균 -75℃나 되고 극심한 일교차를 보이는 등 극한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기술적 과제들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에 공개된 스트라토부스의 비행선 크기는 길이 약 100m, 지름 약 30m. 선체의 소재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가벼우면서도 아주 강해야 하는데, 탈레스는 탄소섬유를 생각하고 있다.
화물 적재 용량은 200kg이다. 탈레스 쪽은 이 정도면 과학장비와 센서, 통신장비를 싣고 운반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한다. 동력원은 햇빛 방향에 따라 회전하면서 사시사철 햇빛을 받을 수 있는 태양광패널을 이용하고, 남는 에너지는 초경량 재생형연료전지(reversible fuel cell)에 저장해 놓는다.
자외선 견딜 선체 등 장벽…5년 안 시제품 목표
스트라토부스를 개발하려면 몇 가지 기술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선체가 장기간 동안 강력한 자외선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야간에도 전자장비 및 엔진이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풍선 모양에 잘 맞는 가볍고 튼튼한 광전기센서를 만드는 것이다. 공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탈레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소한 30%의 에너지효율성을 갖춘 태양광전지가 필요하다.
또하나의 기술적인 과제는 위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탈레스는 2개의 전기 모터가 풍속에 따라 자동적으로 출력을 조정해 비행선의 위치를 고수하도록 할 예정인데, 현재 개발 목표는 최고 풍속 90㎞/시까지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탈레스 쪽은 첫 시제품을 5년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트라토부스 개발은 에어버스,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청 등과의 협력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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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추진 중인 룬 프로젝트에 사용될 비행선 모형.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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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토부스는 어떤 면에서는 구글의 룬 프로젝트(Project Loon)와도 닮았다. 룬 프로젝트란 2008년부터 구글이 전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목표 아래 개발하고 있는 통신용 비행선 네트워크다. 지난해 여름 뉴질랜드에서 첫 실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룬 프로젝트가 자율작동 시스템이 일부에만 적용되고 비행선이 온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개념인 반면, 스트라토부스는 고정된 위치에 있으면서 모든 작동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점이 다르다. 비행선의 수명도 스트라스부스가 더 길고 이용 범위도 더 다양하다.
성층권 비행선은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국경 및 해안선 감시, 이동통신 및 GPS(위치정보확인), 방송 중계 등 용도가 광범위하다. 그러나 급증하는 드론과 더불어 이런 종류의 관찰, 감시 장비가 피하지 못할 논란이 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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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장기체공 무인비행선(비아50) 사업은 고도 3km에서 비행하는 50m의 무인비행선을 제작해 2004~2005년 시험비행까지 마친 바 있다. 이는 당시로선 세계 최대의 자동비행 무인비행선이었다고 항공우주연구원은 밝혔다.www.karischoo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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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눈 떴다 포기한 한국도 최근 개발 재시동
한국도 비교적 일찍 성층권 비행선 개발에 눈을 뜬 나라 중 하나다. 지난 2001년 ‘다목적 성층권 장기체공 무인비행선 개발사업(VIA50)’이란 이름으로 개발에 나섰다. 1단계로 고도 3km에서 비행하는 50m의 무인비행선을 제작했으며, 2004~2005년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2006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6년여간 잠자던 이 사업이 최근 다시 눈을 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말 여러 부처와 함께 2017년까지 452억원을 들여 성층권 장기체공 무인비행체 설계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성층권에서 3일간 체공하면서 기상자료 획득이나 통신 중계 등을 할 수 있는 초경량 무인비행체가 기술적 타당성과 실용성이 있는지 입증하는 사업이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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