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9.12 18:56 수정 : 2014.09.12 19:07

효율 앞세운 군살 없는 사무실과 비교실험
직원들 스스로 꾸미게 하면 32%까지 향상

녹색 식물들로 둘러싸인 ‘그린 오피스’가 업무 생산성을 15%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paintersnorthcote.com.au서 재인용

깨끗하고 단정한 사무실(lean office)이냐, 녹색식물들이 자라는 사무실(green office)이냐.

어떤 사무실에서 일해야 업무 능률이 더 오를까. 경영혁신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무공간 디자인의 개선은 해묵은 과제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깔끔하고 단정한 ‘린 오피스’와 녹색 식물 조경을 갖춘 ‘그린 오피’스’ 를 둘러싼 논란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만하다. 특히 ‘린 오피스’는 경영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에게 사무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아왔다. ‘린 오피스’란 말 뜻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슬림한 사무실을 가리킨다. 사무실 내의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공간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업무 집중도와 효율을 높이는 공간 디자인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적 슬림형 바람 타고 공간효율 극대화

그렇게 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추후 인력 증감이나 다양한 업무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다는 게 ‘린 오피스’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눈으로 보면 ‘그린 오피스’는 공간 낭비적 발상이다. 식물과 같은 장식은 쾌적한 느낌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업무 효율 관리에 방해가 되는 요소이다. 현대 사무공간 혁신의 주류 모델로 자리잡은 이런 흐름은 1990년대 이후 몰아닥친 경제계의 신자유주의적 ‘슬림형 추구’ 바람과도 일맥상톻한다.

그런데 깨끗하고 단정한 사무실이 생산적이라는 ‘린 오피스’론에 반기를 드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퀸슬랜드대(호주), 카디프대, 엑세터대(이상 영국), 그로닝겐대(네덜란드) 연구진이 함께 작업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식물이 자라는 사무실은 작업자들의 행복감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15%까지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녹색 사무실’이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사무실 환경에서 ‘녹색 환경’이 업무에 끼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를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업무 공간 내의 식물들은 또 생산성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공간 만족도와 삶의 질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린 오피스’가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으로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이 자체 평가한 업무 공간 만족도는 ‘린 오피스’에 비해 40%나 높았다.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단정하게 꾸며진 ‘린 오피스’ 모델. 사진은 crollproductivesynergy.com/DynamicWorkspacePlanning서 재인용

연구진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실제 대형 기업 업무공간에서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린 오피스’와 ‘그린 오피스’ 환경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조사 방식은 2개월간 참가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측정하고, 직원들 스스로 공기의 질에 대한 느낌, 업무 집중도 및 공간 만족도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이 ‘그린 오피스’에 사용한 식물은 녹색 잎이 무성한 식물들로, 평균 높이가 90센티미터 정도였다. 연구진은 이 식물들을 참가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1~3그루 정도 불 수 있도록 배치했다. 반면 ‘린 오피스’에는 아무런 식물도 배치하지 않았다.

생활과 복지에 신경 쓴다고 생각하게 하는 부수 효과도

논문의 공동저자인 퀸슬랜드대의 알렉스 하슬람(Alex Haslam) 교수(심리학)는 “실험 결과 식물이 자라는 사무실에서 일한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업무공간에 대해 더 만족스러워했으며, 업무 집중도가 더 높아지고, 공기의 질도 더 좋아졌음을 느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사무실 풍경에 대한 투자가 직원들의 생활의 질과 생산성 증가라는 보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직접 사무실 환경을 꾸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을 경우에는 생산성이 32%까지 높아졌다는 점이다. ‘녹색’과 함께 ‘자율’이 업무공간 디자인에서 업무 능률 향상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결과다. 하슬람 교수는 또 “그린 오피스는 직원들로 하여금 경영자가 자신들의 생활과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에 따르면 인간의 웰빙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섯가지-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 의미(meaning), 성취감(accomplishment)-이다. 인간관계 전문 매체인 는 사무실 환경을 어떻게 꾸미는지는 이 5가지 가운데 적어도 앞부분에 있는 세 가지 요소(정서 몰입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자연에 대한 친화력은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는 영역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라며,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2010년 한국에 번역 소개된 그의 저서 <바이오필리아>에서 그는 이 말의 뜻을 ‘생명사랑’이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하루 활동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이나 작업공간을 어떻게 꾸미는지는 현대인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앞의 가시적 비용과 효율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났던 ‘그린 오피스’ 개념이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즐겁고 편안하면서도 효율적인’ 미래의 업무 공간 디자인 경쟁에서 ‘린 오피스’를 제칠 수 있을까. 이번 연구 결과는 9월1일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 applied)에 실렸다.

 

논문 원문 보기

http://www.sozialpsychologie.uni-frankfurt.de/wp-content/uploads/2010/09/Knight_Haslam_inprep.pdf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곽노필의 미래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