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4.30 09:39 수정 : 2015.04.30 09:39

빛 투광도 자동조절하고 디스플레이 구실
스마트 창의 에너지원…저장기술이 열쇠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과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스마트 창이 개발됐다. sciencemag.org

창문의 주된 기능은 채광, 즉 실외의 빛을 실내로 흡수해주는 기능이다. 그래서 빛을 차단하려면 커튼이나 블라인드 같은 별도의 인테리어 도구가 필요하다. 창문이 스스로 빛의 투광도를 조절하게 할 수는 없을까? 편리한 건 둘째 치고, 대형 건물에 이런 창을 쓰면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냉난방 시스템 가동에 쓰이는 전기를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발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스마트 창이다. 빛 투과율 조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가지 디스플레이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 창도 개발되고 있다. 별도의 디스플레이 장치 없이 창 스스로가 디스플레이 노릇을 하도록 구현해주는 기술이다.

 스마트 창은 2개 층의 유리 사이에 전기가 통하는 아주 미세한 소자(ECD)를 넣어 만든다. 여기에 전기를 흘려주면 이 소자들이 빛을 차단하는 구조로 바뀐다. 평시엔 일반 창과 똑같지만, 전원을 켜면 커튼을 친 것처럼 불투명한 창으로 변신한다. 따라서 스마트한 창이 되려면 전기의 힘을 빌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 창들은 대부분 이 전기를 배터리나 전원플러그를 통해 외부에서 공급받는는다. 똑똑하기는 하지만 친환경적이지는 않은 셈이다. 태양광 패널을 창 안에 심어,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있지만 태양광 패널은 창의 선명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이 창 스스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날씨의 변화를 스마트 창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창문을 때리는 바람과 빗방울에서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이다. 바람과 비가 창문에 부딪칠 때 마찰 전기를 생성시켜 스마트 창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마찰 전기란 두 개의 물질이 부딪칠 때의 마찰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전기를 말한다.

맨 윗층은 빗방울 발전장치, 스프링을 사이에 둔 아래 2개 층은 바람 발전장치, 그 아래는 스마트창. pubs.acs.org

  ‘마찰전기 나노발전기’(TENG=triboelectric nanogenerator)라는 이름의 이 발전기는 2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발전기의 윗층은 비에서 정전기를 수확한다. 방식은 이렇다. 빗방울은 하늘에서 떨어질 때 공기와 부딪치면서 빗방울 안에 양전하를 만들어낸다. 유리창에는 음전하를 띤 실리콘이 아주 얇게 코팅돼 있다. 이윽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때리면, 음전하와 양전하가 만나 전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아래에 있는 두번째 층은 바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한다. 이 층은 전하를 띤 2개의 투명 플라스틱판으로 구성돼 있다. 2개의 층 사이에는 아주 작은 스프링이 있다. 바람이 창문으로 불어오면, 스프링이 바람의 힘으로 수축하고, 그에 따라 2개의 플라스틱판이 바람의 압력에 따라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지난달 학술저널 온라인판에 게재한 이 논문에서, 실험 결과 유리 1㎡당 최대 130밀리와트(㎽)의 전기가 생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 상태의 심장박동 조절기나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공동개발자인 종 왕(Zhong Wang) 조지아공대 교수는 “이 정도의 출력이면 가정이나 사무실의 전자기기 동력원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 조지아공대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키보드 커버. popsci.com

이들은 앞서 2012년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지상에 가하는 압력에서 전기 동력을 얻어 스스로 불빛을 내는 보도블럭을 만든 바 있다. 또 최근엔 손의 정전기와 압력을 이용해 스스로 전기를 공급하는 무선 키보드도 만들어냈다. 미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리밍 다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새로운 종류의 재생에너지를 발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스마트 창을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스마트 창을 시중에 내놓으려면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으로선 전기를 저장할 수가 없어 실용성이 없다. 다이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투명도를 훼손하지 않은 채 유리에 심어놓을 수 있는 투명한 축전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용화의 관건은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나노발전기의 에너지 변환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 아주 작은 발전소의 에너지 변환효율은 현재 60%이다. 연구를 이끈 왕 교수는 “우리 주변에는 공짜로 쓸 수 있는 에너지들이 널려 있다”는 말로 이번 연구의 의미를 에둘러 강조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곽노필의 미래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