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0.02 18:17
수정 : 2015.10.02 18:18
열 받으면 딱딱해지는 젤로 버튼 모양 다양하게
촉감만으로 기기 조작…시각장애인에 더욱 쓸모
|
젤 터치 스크린은 눈을 스크린에 고정시키지 ?方玆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MIT테크놀로지리뷰
|
터치스크린은 이용하기는 편리하지만 표면이 매끄러운 게 흠이다. 그래서 정확한 지점을 터치하기가 어렵다. 터치스크린에 눈을 고정시켜야만 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불편함도 있다.
최근 독일 베를린공대 출신 연구진이 스크린 표면을 젤로 덮은 터치 스크린 ‘젤터치’(GelTouch)를 개발해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 젤은 열을 받으면 딱딱해져 스크린을 터치할 때 물리적 촉감을 준다. 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버튼 모양도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 웨어러블기기 등 디스플레이가 있는 IT기기에 퍽 유용해 보이는 장치이다. 스크린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특정한 촉감만으로도 기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더욱 쓸모 있어 보인다. 기술을 좀더 발전시킨다면 각각의 기기에 ‘나만의 버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오는 11월 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리는 유저인터페이스회의에서 그동안의 개발 작업과 시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시제품으로 3가지 모양의 젤 버튼을 만들었다. 첫째는 격자형, 둘째는 상하좌우로 이동시킬 수 있는 슬라이드형, 셋째는 조이스틱형 버튼이다. 격자형은 전화번호 버튼용으로, 슬라이더형은 사진 스크롤용으로, 조이스틱형은 게임용으로 적합해 보인다. 베를린공대 출신인 개발자 빅토르 미루크나(Viktor Miruchna)는 “젤 터치버튼은 기본적으로 원하는 모든 모양을 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
연구진이 제작한 젤터치 시제품들. 위로부터 자동차 내비게이션용, 사진복사기용, 웨어러블기기인 암밴드 밴드용이다. MIT테크놀로리지뷰
|
연구진이 젤 터치 스크린에 이용한 재료는 ‘열감응 히드로젤’(물을 용매로 한 젤)이다. 이 젤은 섭씨 32도까지는 투명한 젤리 형상을 띤다. 온도가 그 이상 높아지면 물이 증발되면서 젤이 최대 25배까지 딱딱해진다. 색깔도 투명에서 흰색으로 변한다. 연구진은 젤 코팅 아래쪽에는 산화인듐-주석막(ITO)을 깔았다. 이 막은 디스플레이에서투명 전기전도막으로 쓰인다. 한 전극에서 다른 전극으로 전류를 흘리면 그 사이에 있는 젤이 가열돼 딱딱하게 굳는다. 동영상을 보면 열이 젤의 특정 부분에 가해지면 하얀색의 특정 모양으로 바뀌는 걸 알 수 있다. 열이 더 오래 가해질수록 딱딱해지는 부위는 더 커진다. 열이 제거되면 이 하얀색 점은 곧 사라진다. 여기서는 산화인듐주석막을 네모 모양으로 감쌌지만, 얼마든지 다른 모양도 가능하다.
문제는 젤이 변하는 속도가 좀 느리다는 점이다. 일단 온도가 높아져 딱딱해지는 데는 약 2초가 걸린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시제품을 본 전문가들은 상용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있지만, 아주 유용한 장치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다.
|
택터스 테크놀로지의 변형 터치스크린 시제품. 유튜브 갈무리
|
앞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인 ‘택터스 테크놀리지’(Tactus Technology)도 올 상반기에 비슷한 기술을 이용한 터치스크린 ‘폼’(FORM)을 개발해 선보였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을 볼 때는 화면이 평평하지만, 키보드로 쓸 때는 타이핑 작업이 쉽도록 키보드 부분이 툭 튀어나오는 스크린이다. 이 제품 역시 키보드 부분에 액체 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온도에 따라 변형하는 방식이 아니라, 버튼을 밀면 액체가 부풀어 오르면서 키보드 부분이 돌출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연내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보호기를 겸한 케이스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는 전했다.
젤터치나 폼은 모바일기기로 넘어오면서 과거 키보드의 장점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흘려 넘기지 않고 신제품 연구개발에 활용한 사례이다. 생활을 바꾸는 기술의 생태계는 처음부터 사회변화를 꿈꾸는 큰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처럼 작은 불편을 해소해주고 활용도를 높여주는 작은 기술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완성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술혁신가들의 태도라고 하겠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몸소 그걸 보여줬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