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내뿜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전세계 차량보다 커
몸도 건강해져 사망률 10%, 보건비용 1조달러까지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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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한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 축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웃돈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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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생산과 소비 시스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웃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약 80%가 축산과 관련이 있다. 축산은 인류에겐 중요한 단백질 공급 산업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지구 환경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친다.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변화에 불을 당기고, 숲을 파괴하며, 식량과 물 부족을 부르고, 수질을 악화시킨다.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는 같은 칼로리의 곡물을 생산할 때보다 160배 더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식단을 짜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도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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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시스템 지도. 인류가 재배하는 식량은 하루 6천칼로리 분량이다. 이 가운데 1700칼로리는 동물 사료로 쓰인다. 생산 소비 과정에서 소실되고 버려지는 것들을 빼고 식탁에 오르는 것은 2000칼로리. 출처= p163, Mike Berners-Lee & Duncan Clark (2013). 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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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소 한마리는 방귀나 트림을 통해 한 해 평균 70~120kg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그런데 메탄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나 더 큰 물질이다. 따라서 한 해 100kg을 배출하는 소는 230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 탄소 2300kg은 가솔린 1000리터를 태울 때 나오는 탄소의 양이다. 가솔린 1000리터는 연비가 8리터인 차(100km당 가솔린 8리터를 소비하는 차)가 1만2500km를 달릴 수 있는 거리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는 15억마리에 이른다. 이 소들이 내뿜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전세계 차량들이 내뿜는 배출가스의 온실효과보다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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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삼각형은 식량 피라미드, 오른쪽 역삼각형은 환경 피라미드이다. Barilla Center for Food & Nutrition, CC B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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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소들을 온실가스를 내뿜는 괴물로 만든 것은 글로벌화와 함께 고기를 많이 먹고 과일과 채소를 적게 먹는 서구의 식습관이 보편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기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잘못된 식습관은 전세계적으로 10억명이 넘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구를 낳았다. 이대로 놔뒀다간 2030년 유럽의 비만 인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식단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다. 인구 증가와 소득 향상에 따라 식량 시스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식단을 고수할 경우, 성인병을 비롯한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 사회의 보건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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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찰의 채식 저녁 식단.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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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을 바꾸면 건강과 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까?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이를 분석하고 추정한 결과를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최근 발표했다. 결론은 채식 비중을 높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비만 심장질환 당뇨 뇌졸중 암 등의 발병도 줄어 연간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수십억달러의 보건비 지출과 기후 재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식단 개선이 전인류의 건강과 지구 전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첫 사례에서 주목을 끈다.
연구진은 식단을 네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의 식단을 채택할 경우 환경과 건강에 끼칠 영향을 추정했다. 첫째 현재의 식단, 둘째 과일과 채소의 최소 섭취량 기준을 정하고 고기, 설탕, 총열량 섭취량에 한도를 둔 권장식단(HGD), 셋째는 채식 비중을 더 높인 채식주의 식단(vegetarian=VGT), 넷째는 완전채식 식단(vegan=VG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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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변화가 2050년의 건강 및 환경에 끼칠 영향. (A)는 지역별 사망자 감소 수, (B)는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 감소량. HGD는 권장식단, VGT는 채식주의식단, VGN은 완전채식식단이다. 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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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제안한 권장 식단은 하루 최소 다섯 접시(400g)의 과일과 채소, 50g 이하의 설탕, 43g 이하의 붉은고기, 총열량 2200~2300칼로리로 구성돼 있다. 채식주의 식단과 완전채식 식단에는 붉은고기나 가금류, 생선 대신 콩이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한다. 과일·채소도 각각 여섯 접시, 일곱 접시로 더 많다. 완전채식 식단에는 유제품과 달걀도 금지된다.
현재의 식단보다 채식 비중을 높인 세가지 식단을 채택할 경우, 2050년의 세상은 각각 어떻게 바뀔까? 연구진은 권장 식단으로 바꾸기만 해도 연간 510만명의 죽음을 구제해 사망률을 6%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했다. 식량 시스템에서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9%, 보건비용 절감액은 735억달러로 추산했다. 채식주의 식단으로 바꾸면 한 해 730만명의 생명을 구해 사망률이 9% 떨어진다. 온실가스는 63% 줄어들고 비용 절감액은 9730억달러에 이른다. 완전채식으로 전환하면 810만명이 구제를 받아 사망률이 10%나 떨어진다. 온실가스 감소율은 무려 70%, 비용절감액은 1조달러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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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을 늘리고 줄이는 게 좋은지는 지역별 식문화에 따라 다르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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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경우에 사망률을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은 과일, 채소 섭취량을 늘리거나 총열량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육류 섭취를 줄인 것이었다. 사망률 감소 효과는 개도국이 선진국의 2배로 더 뚜렷했지만, 보건비 지출 감소 효과는 선진국에서 더 높다. 선진국의 비만 인구 비율이 더 높은 탓이다.
연구진은 “보건 향상과 기후 피해 감소에 따른 비용 절감, 사망률 감소로 얻게 될 통계적 생명가치(VSL)를 모두 합치면 식단 개선으로 얻는 총체적 경제 효과는 2050년 1~31조달러로, 그 해 세계 GDP의 0.4~1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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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1킬로그램별 탄소발자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출처=, Mike Berners-Lee & Duncan Clark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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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에는 각 지역의 생활문화와 환경 특성이 반영돼 있다. 같은 칼로리라도 식단의 구성 내역은 지역별로 다르다. 따라서 식단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효과도 다르다. 동아시아와 서구 선진국 및 중진국, 라틴아메리카에선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아시아와 사라하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선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이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데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동지중해와 라틴아메리카, 서구 선진국 및 중진국들에서는 또 섭취 열량 자체를 줄여 비만 인구를 줄이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각국 정부가 앞으로 수립할 식량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다.
하지만 일상의 습관으로 굳어져 있는 식단에 변화를 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권장 식단으로 바꾸는 데만도 인류 전체적으로 과일과 채소 소비는 25% 더 늘려야 하고, 붉은 고기 소비는 56%나 줄여야 한다. 섭취하는 총열량(칼로리)도 지금보다 15% 줄여야 한다. 지금 인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고 있다. 세계인들의 1인당 고기 소비(칼로리 기준)는 50년 사이 거의 두배나 늘었다. 세계 평균치가 이 정도이니 좀 살만 해진 나라 사람들의 고기 소비는 훨씬 더 늘었을 것이다. 중국의 경우엔 돼지고기 소비량이 무려 20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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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권장 캠페인을 벌이는 동물학대 반대운동 단체 PETA의 인도지부 회원. PETAIndia 페이스북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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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더 늘리고 줄여야 할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선 과일·채소 섭취를 각각 190%, 100%나 늘려야 한다. 반면 서구 선진국 사람들은 고기 섭취를 78%나 줄여야 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 옥스퍼드대 ‘식량의 미래에 대한 옥스퍼드마틴 프로그램’의 마코 스프링만 박사는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식량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에 제동을 거는 일이 쉬운 건 아니지만,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단을 채택한다면 인류는 올바른 길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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