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2 10:57
수정 : 2017.06.22 10:58
비만인구는 7억…개도국 청년층 급속히 늘어
한국은 어린이 비만율이 성인보다 훨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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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구 셋 중 하나는 과체중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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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이 아닌 질병 예방을 위한 비만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곳저곳 우후죽순 생겨나는 피트니스센터들은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다. 새로 짓는 아파트엔 피트니스센터가 거의 빠짐없이 부대시설로 들어선다. 문명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식생활을 선물했지만, 그 뒤에 슬그머니 비만이라는 혹을 붙여놨다. 그 혹은 지금 얼마나 커져 있을까?
전 세계 74억 인구 가운데 무려 22억명이 과체중이나 비만과 관련한 건강문제를 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인구의 30%에 이른다. 지구촌에 사는 사람 3명 가운데 거의 1명꼴로 체중이 정상 상태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비만으로 분류되는 인구는 7억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세계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어린이가 1억770만명, 어른이 6억370만명이다. 비율로 보면 세계 어린이의 5%, 어른의 12%에 해당한다. 여기서 성인의 기준은 만 20세다. 연구진이 이번에 발표한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발표한 전세계 과체중 인구 20억명(비만 6억명 포함)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을, 과체중은 체질량지수가 25~29인 상태를 가리킨다. 예컨대 키가 170㎝이고, 몸무게가 60㎏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60÷(1.7×1.7)=20.76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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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비만인구 비율.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인 남성, 성인 여성, 여자 어린이, 남자 어린이. 빨간색은 비만율이 높은 나라, 파란색은 비만율이 낮은 나라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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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1980년부터 35년간 195개국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한 것으로, 미 워싱턴대 연구진은 최근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EAT 스톡홀름 식량포럼’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워싱턴대 보건측정평가연구소(IHME)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후원 아래 진행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비만 연구 중 가장 규모가 방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터 분석 대상이 된 표본 집단이 6850만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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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의 연령별 비만인구 비율 피라미드(왼쪽부터). 각 피라미드에서 왼쪽이 남성, 오른쪽이 여성이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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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940명으로 세계 최대 비만 인구국
분석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195개국 가운데 터키, 베네수엘라, 부탄 등 73개국은 1980년 이후 35년 사이에 비만율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비만율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은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3개국이었다. 성인 남녀의 비만율이 2~7%에서 17~25%로 무려 4~9배 늘었다. 이는 먹거리 확보 자체가 중요한 개발도상국의 비만율이 더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들 나라에선 앞으로 먹거리의 질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비만율은 전체적으로 어른에 비해 낮지만, 증가 속도는 성인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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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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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한 나라의 전체 인구는 중국이 가장 많지만,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2015년 현재 7940만명이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은 비만인이라는 얘기다. 미국보다 인구가 4배 이상 많은 중국은 5730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25명중 1명꼴이다.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이었다. 두 국가의 비만율은 각각 1%에 불과했다.
성인들만 따로 떼어 보면 이집트의 비만율이 35%로 가장 높았다. 남성이 27%, 여성이 43%였다. 성인 집단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비만 비율이 높았다. 비만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여성에서는 60~64세 그룹, 남성에서는 50~54세 그룹이었다. 어린이 비만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으로 12.7%였다. 어린이 집단의 경우 14살까지는 비만율이 떨어지다가, 그 이후 다시 증가했다. 보고서는 “가장 우려 할만한 현상은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의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비만이 1980년 이후 거의 3배나 늘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국인들의 비만 상태는 어떨까? 성인의 경우 비만율은 2~3%, 과체중 인구는 남성 28%, 여성 21%였다. 세계 평균에 비해선 낮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성인 남성의 과체중 인구 비율이 35년 사이에 17%에서 28%로 급등했다. 특이한 것은 대다수 나라와 달리 성인 비만율보다 어린이 비만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남자 어린이 6.4%, 여자 어린이 3.7%였다. 미래세대의 건강에 대한 보건당국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과체중 관련 질병 사망자 한 해 400만…전체의 7%
보고서는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음식환경의 변화, 도시화, 신체활동의 감소 등을 꼽았다. 그 결과 2015년 기준으로 심장병, 당뇨, 신장질환 등 과체중과 관련된 병으로 사망한 사례가 400만건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해 세계 전체 사망자 수의 7.1%에 해당한다. 눈에 띄는 건 이 가운데 40%는 체질량지수가 비만이 아닌 과체중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는 살이 좀 붙기는 했지만 비만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심해선 안된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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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40%는 비만은 아니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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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체중인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분석 결과, 높은 체질량지수와 관련된 사망자들의 3분의 2 이상(270만명)은 심혈관 질환이 원인이었다. 그 다음은 60만명을 희생시킨 당뇨병이었다. 1990년에서 2015년 사이에 높은 체질량지수와 관련한 전세계 사망자 비율은 1990년 인구 10만명당 41.9명에서 2915년엔 10만명당 53.7명으로 28%나 높아졌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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