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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20 17:36 수정 : 2014.08.20 17:36

지구촌 10명 중 1명 음치…뇌 신경 고속도로 이상
문장의 억양이나 운율 지각하는데에는 문제 없어

경 고속도로 그림. 출처 http://thebrain.mcgill.ca/flash/d/d_10/d_10_cr/d_10_cr_lan/d_10_cr_lan.html

음치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뜻밖에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878년 캐나다 출신의 진화론적 과학 저술가이자 소설가였던 그랜트 앨런은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고 신경학적 질병도 없었지만 지독하게 음치였던 30살 남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는 이를테면 도와 레처럼 연속으로 이어지는 음을 구분하지 못했고 비슷한 멜로디를 구별하기는커녕 곡조를 따라 부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00여년 뒤인 1984년에는 미국의 행태신경학자 노먼 거쉰이 3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집에서 음악을 자주 접하고 피아노 레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연속되는 음의 차이를 구분 못하고 음의 길이조차 파악 못했던 비슷한 사례를 연구했습니다.

하버드 의대 사이키 루이 박사는 음치가 뇌의 인지 영역과 운동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섬유가 단절되거나 뇌의 특정회로 이상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근래의 조사에 따르면 음치 현상은 지구 인구의 최소 1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더 자세하게 들어가서 최근 MRI의 최신 기법으로 대뇌 피질 신경다발의 연결상황을 시각화하는 DTI(Diffusion Tensor Imaging) 연구를 살펴보면, 뇌 오른쪽 측두엽과 전두엽 영역 속에는 말의 이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 아래 그림 오른쪽 아래)과 말의 표현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 아래그림 왼쪽 아래)을 연결하는 ‘신경 고속도로’인 궁형속(arcuate fasciculus 아래 그림 오른쪽 가운데)이 있는데 음치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이 ‘궁형속’의 크기가 작거나 신경 섬유의 숫자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특히 음치들의 오른쪽 뇌반구에서 이 ‘궁형속’의 커다란 줄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음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위에서처럼 신경회로의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의 억양이나 운율을 지각하는 데에는 그다지 커다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음치가 가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래퍼가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것입니다.

원써겐 ‘이별후애’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_p-6zykSpY

매드 클라운 ‘견딜만해’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WpmYwDhxZoU

실제로 스스로 음치라고 대놓고 말하며 래퍼로 활동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8년 ‘이별후애’라는 노래를 발표한 래퍼 원써겐(1sagain·본명 박진우)이나 2014년 올해 ‘견딜만해’라는 곡을 내놓은 매드 클라운(본명 조동림)이 바로 그들이죠.

션 포브스의 ‘아이 앰 데프’ (I am deaf)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5l-2Jo14cQ

미국 디트로이트 태생의 래퍼 션 포브스의 경우 어렸을 적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청각의 90%를 잃고도 에미넴을 발굴해 낸 음반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해 높은 음을 들을 수 없고 복잡한 코드를 사용한 노래를 할 수 없었지만 리듬 위주로 기타를 익히면서 그 능력을 토대로 힙합 뮤지션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음치라면 비트로, 가수가 아니라면 래퍼로, 뮤지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89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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