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28 17:47
수정 : 2014.08.28 17:49
음치처럼 유전적 요인 탓 크지만 드물어
스마트폰앱이나 프로그램으로 교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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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IDrwfkVfB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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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유명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 ~ 1900)에게도 딱 하나 믿는 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춤의 신’인데요, 그는 “오직 춤을 출줄 아는 신만을 믿을 것이다”(I would believe only in a God that knows how to dance)라는 말을 남겼죠.
20대에 바그너의 오페라에 빠졌다가 30대 말 비제의 ‘카르멘’을 보고 음악관이 바뀐 니체에게 ‘춤의 신’에 대한 믿음은 어쩌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쿠바와 스페인 집시풍의 매혹적인 멜로디 속에서, 현기증 나게 공간을 수놓는 팜므파탈 집시여인 카르멘의 숨막힐 정도로 강렬한 춤사위를 처음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테니까요.
지난번 보사노바에 관련된 제 글(http://plug.hani.co.kr/appsong/1651827)에서도 보사노바 리듬의 원천인 삼바 춤과 음악에 대해 언급했듯, 거의 모든 음악들은 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춤은 리듬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죠. 삼바든 탱고든 살사든 왈츠든 그 리듬에 맞춰 춤을 추려면 박자 감각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리듬과 박자에 맞춰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은 노래를 하는 데 있어서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박치’라고 불리워지는 사람들이 그들이지요.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음의 높낮이를 구별 못하는 ‘음치’들보다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박치’들이 더 드물다고 합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국제 뇌 음악 소리 연구소’의 책임 연구원인 필립스 실버 박사에 따르면 ‘박치’는 뇌의 청각피질과 전두엽 피질 하부 사이의 연결부위 이상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박치는 음치와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합니다.
학술지 ‘뉴로사이콜로지아’에 발표된 ‘매튜’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는 어떠한 지적인 문제나 청각능력의 결함이 없고 좋은 목소리로 음정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렝게, 록, 테크노 등 8개 음악 장르의 리듬 중 5개 장르의 리듬에 제대로 율동을 맞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몸동작을 보고서 따라해야 겨우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 가능했고 혼자 음악을 듣게 하면 리듬과 박자를 거의 다 틀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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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렝게 리듬 배우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n4V1KN_I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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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박치’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음악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치, 박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청각 능력을 상실했던 사람도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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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로 청각장애를 이겨내고 바이올린을 배우는 찰리 덴튼.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CyBMc7pW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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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덴튼의 사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2.5살의 나이에 의사로부터 청각상실 판정을 받았습니다. 바로 옆에서 비행기가 이륙을 해도 그 굉음을 들을 수 없었으니까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희귀병인 ‘어셔 신드롬’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시력까지 상실할 수 있는 병이죠. 안면마비와 뇌수막염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죠. 비록 어떤 음악들을 연주할 땐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박치’가 되지만, 익숙한 멜로디는 음정을 틀리지 않고 연주한다고 합니다.
찰리 덴튼보다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박치’ 증상으로 인해 음악활동을 하고 즐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계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위의 매튜와 찰리의 사례에서 보듯 박치가 반드시 음치인 것은 아닙니다. 음치라면 비트 감각을 가다듬어 랩 음악을 할 수 있고, 박치라면 남아있는 음감 능력을 통해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쓰는 작사 작곡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게다가 절대적 박치가 아닌 상대적 박치의 경우라면 박자 감각을 키워주는 여러 가지 음악교육이나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리듬 맞추기 게임을 즐기면서 음악능력을 향상 시킬 수도 있는 것이죠. 차근차근 하다보면 뮤지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발레리노가 춤을 추듯 특유의 리듬으로 아름답게 점프하여 덩크슛을 바스켓에 꽂아넣던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도 말했습니다.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 상황으로 바꿔라, 항상!”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90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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