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4 12:30
수정 : 2014.10.24 12:30
돌발적 표현으로 긴장-이완 반복할수록 강렬
‘주요음 앞 한 음 위에 8분음표’ 기법 효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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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사진 출처 http://www.taringa.net/posts/ciencia-educacion/17308217/Carl-Sagan-Cosmos-Complet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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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지식 자체라기보다는 생각의 방법이다”
전세계 6억 명의 시청자가 본 과학다큐멘터리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사고방식의 중요성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시카고대학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물리학 석사와 천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세이건은 요즘 말로 하면 문-이과를 두루 섭렵한 융합형 지식인이라고 할수 있겠죠.
말이 거창해서 융합형이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융합형입니다. 물리세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인간세계의 영화와 음악을 듣고, 인간세계를 탐구하는 소설가도 물리세계의 원리를 이용한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사용하니까요. 인간이 접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인간이라는 범주 안에서 융합적으로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인간이 스스로를 알아가는 방식과 인간을 둘러싼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 또한 당연히 융합적인 것이 되어야 하겠죠.
만약 음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음악을 알아가려 한다면 그 방법이 융합적이면 융합적일수록 더욱 더 음악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에 대해 음악학이나 철학, 미학적 방법뿐만 아니라 심리학, 뇌과학, 생리학적 방법 등 다양한 학문들을 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음악에 접근할수록 음악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이겠죠.
영국의 심리학자 존 슬로보다는 음악의 여러 모습 중에서도 특히 사람을 감동 먹게 만드는 ‘음악 감동의 법칙’ 부분에 대해 음악심리학적 연구를 했습니다. 그는 83명의 사람들에게 여러 곡의 클래식을 들려주고 그 음악들 중 어느 부분이 눈물샘을 자극하며 목을 메이게 하는지, 전율이 등골뼈를 타고 올라와 닭살을 돋게 하는지, 또 심장을 쿵쾅거리며 뛰게 하는지 기록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분석하여 간명하지만 보편성을 가진 하나의 법칙을 찾아냈다고 하죠. 그것은 바로 예기치 못했던 음악적 표현이 발생했을 때 눈물과 전율과 두근거림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음악 진행에 놀라 오싹해졌다가 다시 예상했던 선율로 돌아오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만족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죠. 긴장했다가 긴장을 풀리게 했다가 하는 음악적 주기가 몇 번 반복될수록 좀 더 강렬한 반응이 뒤따른다고 합니다.
슬로보다의 연구에서 청취자의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구체적 ‘음악 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아포자투라’(Appogiatura 앞꾸밈음)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아포자투라 기법 중에는 위 악보에서 보듯 주요음 앞 한 음 위에 8분 음표를 하나 붙여 소리를 내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06년 미국 철자경연대회 우승자를 결정하는 최종문제로 출제되었을 만큼 미국인들에게도 생소한 단어인 ‘아포자투라’는 그러나 감정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슬로보다의 연구에 응한 83명의 피실험자 중에서 18명이 눈물과 함께 목메임 반응을 보였구요. 9명은 등골에 전율을 느끼거나 닭살이 돋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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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니 ‘아다지오’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eLU5W1vc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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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자투라’ 기법이 들어간 곡들을 살펴보면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도입부 8번째 마디)), 바흐의 ‘마태 수난곡’ (도입부 코러스 1~8번째 마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2악장 2번째 마디),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2막 25번 51~54번째 마디) 등이 있습니다.
또 선율이나 화음의 반복진행(Sequence) 기법도 슬로보다 연구의 많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반복진행은 동일한 선율이나 화음이 다른 가사로 두 번씩 불리워지는 형태를 보입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2악장 31~35번째 마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2악장 2번째 피아노 도입부) 등에서 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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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sbFEPQnT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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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거나 예기치않은 화성을 쓰는 기법도 많은 감정적 반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말러의 ‘3번 교향곡’(1악장 74번 마디)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1악장 105번째 마디) 등에서 청취자들은 닭살이 돋을 정도의 감흥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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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3번 교향곡’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1AwFutIcn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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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베르크 ‘정화된 밤’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P0uADb5DA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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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급작스럽게 역동적으로 진행되거나 음악구조가 갑자기 바뀔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기법은 브루크너의 ‘아베 마리아’(16~21번째 마디 ‘예수’)와 기번스의 ‘은빛 백조’(11~13번째 마디 ‘그리하여 불려진 (thus sung)’),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verklarte nacht’ (229번째 마디)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96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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