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0 15:53
수정 : 2014.11.10 15:54
발라드에서 잘 쓰이지 않던 유사 불협화음 포함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선율과 가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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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의 노래 ‘그대 내 품에’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F3nGkksyZ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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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조규찬은 얼마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하의 노래 ‘그대 내 품에’의 도입부 첫 코드에 당시에 잘 쓰지 않았던 add9 코드가 쓰였다. 그 음악을 듣고 친구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 바라봤다”고 말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add9 코드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었죠.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규찬과 그의 친구가 충격과 함께 감동을 선사 받았던 add9 코드. 이 add9 코드는 지난 번 제 글(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개인적 민간 음악과학으로 감동 만들어볼까’ 참조
http://plug.hani.co.kr/appsong/1978068 )에서 언급한 불협화음에 가까운 음이 포함되어 있는 코드로서, 잘 쓰이면 듣는 이에게 신선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코드입니다.
C코드가 도, 미, 솔 세가지의 협화음으로 이뤄졌다면, Cadd9 코드는 도, 미, 솔 세가지 음에다가 도에서 9번째 위로 올라가는 음인 유사 불협화음 ‘레’를 추가(add)하여 만든 코드입니다.(도→레→미→파→솔→라→시→도→레 순서를 세어 보시면 도에서 한 옥타브 위, 즉 8번째 음인 도를 지나 그 다음 9번째 음인 ‘레’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 미, 솔에 비해 레는 아무래도 덜 어울리는 음인 것이죠. 어울리는 3개의 음에 덜 어울리는 1개의 음을 묶어 하나의 코드를 만들었으니 처음 들으면 왠지 이상하고 익숙지 않게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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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발표된 유재하 추모앨범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표지. 유영석, 나원주, 더클래식, 일기예보, 여행스케치, 고찬용, 이적, 정재형, 한동준, 권혁진, 이소라, 인공위성, 조규찬 등이 참여해 유재하의 노래들과 추모곡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를 불렀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신해철도 참여해 ‘텅빈 오늘밤’을 불렀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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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표현요소에 관한 실험’에서 형용사 검사표를 만들어 음악에 대한 기분 반응을 연구한 K. 헤브너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순한 협화음 화성을 들을땐 ‘행복한’ ‘우아한‘ ’평온한‘이라는 형용사를 떠올렸고, 복잡한 불협화음 화성을 들을땐 ‘흥분되는’ ‘동요되는’ ‘활발한’이라는 형용사를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당시 발라드 곡들에서 잘 쓰이지 않던 유사 불협화음이 포함된 add9 코드를 사용하여 발라드 곡을 만들어 불렀기 때문에 조규찬을 포함한 당시 유재하 음악의 청취자들은 말 그대로 ‘흥분되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add9이라는 코드는 세계 음악사적으로 볼 때 이미 오래 전부터 쓰여오던 코드이긴 했지만, 유재하는 당시 한국의 대중음악 문화에서 일반적이지 않던 새로운 시도로 add9 같은 코드들을 사용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선율과 가사를 담아냄으로써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을 만들어낸 것이죠.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음악을 연구한 P.R. 판스워드와 객관적 심리학 차원에서 음악을 연구한 R.W. 런딘이 “화성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문화적 현상이다. 그가 속한 문화권의 음악들로부터 얻어진 경험으로 인해 선율적 예상감이 형성되어지는 것처럼, 화성적 예상감도 점차 획득되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감상자가 익숙해져 있는 화성적 실체에 일치하지 않는 화성으로 된 음악은 이상하다거나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한 것을 보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add9 코드를 재즈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 add9 코드는 ‘텐션’코드라고 불리우는 코드의 하나인데요. 여기서 ‘텐션’은 바로 ‘긴장’을 의미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add9 코드는 협화음에다가 불협화음에 가까운 음을 추가하여 만든 코드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긴장감’을 느끼게 되어 이름도 ‘텐션’ 코드가 된 것이지요.
재즈 음악 자체가 미국에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이 부르던 노동요와 흑인들이 기독교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알게 된 (유럽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받은)교회 음악이 섞여 만들어진 블루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재즈는 흑인문화와 백인문화라는 서로에게 이질적인 문화들이 섞여 만들어진 융합 음악인 것이죠. 따라서 재즈에서 불협화음과 협화음이 어우러진 add9 같은 텐션 코드들이 쓰이거나 만들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인 것입니다.
판스워드와 런딘의 방식으로 얘기한다면 한 문화와 다른 문화가 만날 때, 그 문화들 속의 이질적인 음악과 선율과 화성 또한 함께 만나게 되면서 긴장감과 그에 따른 새로운 음악 효과가 생겨나게 된 것이죠.
아무튼 음악은 이렇게 자신과 다른 것들까지도 잘 조화시켜 자기 안에 품으면서 아름다운 소리의 미학을 꽃피워 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음악 이외의 영역들, 굳이 콕 집어 애기하자면 정치나 경제 등의 영역에선 이질성들이 과연 어떻게 관계맺음 되고 있을까요? 저부터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됩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986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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