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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6 15:46 수정 : 2015.01.16 16:00

일본 국민가수 ‘사잔 오루 스타즈’
찌개 어머니 저고리 한글 등 한국어 섞어…아리랑 열창도
오키나와 문제 등 사회정치적 노래 서슴지 않는 개념가수

공연 중 가사를 바꿔 아베 총리를 조롱하는 노래를 부른 일본 밴드 ‘사잔 오루 스타즈’(서던 올 스타즈의 일본식 발음)는 알고보니 일본 국내외에 대한 정치적 관심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은 밴드더군요.

1995년에 발표한 그들의 36번째 싱글앨범 ‘당신만을~써머 하트 브레이크’에 실린 수록곡 ‘러브 코리아’를 보면 그 사실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치게’(찌개를 일본식으로 발음) 안주에 와인 한잔

김치의 맛은 ‘오모니’(어머니를 일본식으로 발음)의 상징

근사하잖아, 그렇지 않아?

정겹잖아, 그렇지.

왜 그럴까, 고향 같은 느낌

‘쵸고리’(저고리를 일본식으로 발음) 소매의 멋진 선

……

자, ‘오모니’가 말씀하신 아름다운 러브 코리아

……

브루코기(불고기를 일본식으로 발음) 향기나는 네온사인

……

자, ‘아보지’(아버지를 일본식으로 발음)도 우셨던 언젠가의 러브 코리아

……

‘한구루’(한글을 일본식으로 발음)도 읽는 성모 마리아

……

사랑을 위하여 마이 베이비

안뇬하세요(안녕하세요를 일본식으로 발음)”

(‘러브 코리아’ 중에서)

일본의 한 방송에서 공연한 사잔 오루 스타즈의 ‘러브 코리아’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A-NxxefQMCA

흥겨운 로큰롤 스타일의 리듬과 멜로디에 찌개, 어머니, 저고리, 아버지, 한글 등의 한국어를 발음해가며 부른 이 노래 ‘러브 코리아’는 1994년 5월 “태평양 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하는 정의는 잘못된 것”이라는 나가노 당시 일본 법무장관의 망언과 8월 사쿠라이 당시 환경청 장관의 ‘태평양 전쟁 미화’ 발언, 10월 하시모토 통산장관의 ‘침략전쟁 부인’에 따른 한국정부의 반발 등으로 한일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웠던 시기에 발표되었던 곡이라 더더욱 눈길이 갑니다.

게다가 사잔 오루 스타즈의 보컬 겸 작사 작곡가 구와타 게이스케는 한국의 전통민요 ‘아리랑’을 방송에서 흥에 겨워 부르기까지 합니다.

어떻게보면 예술가로서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사잔 오루 스타즈는 한마디로 자기 정부의 의견 따윈 아랑곳 않는 자기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음악을 추구한 것이죠.

사잔 오루 스타즈의 보컬 구와타 게이스케가 오사카 코리아 타운을 찾아가 ‘러브 코리아’를 부르는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Mg60GLEcymM

사잔 오루 스타즈의 정부 눈치 안보는 취향은 미군기지 때문에 엄청난 갈등이 빚어지는 오키나와 문제를 정면으로 꼬집는 노래 ‘평화의 류큐(오키나와의 옛 명칭)’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 나라가 평화롭다고 누가 단정했나

사람들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미국의 우산 아래

꿈에서도 보았네

국민들을 내팽개친 전쟁 뒤에

푸른 달이 울고 있네

잊어서는 안될 것들도 있네

사랑을 심어보자 이 섬에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 나라가 평화롭다고 누가 단정했나

더럽혀진 내가 몸의 죄를 없애기 위해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어째서 거부하나?

이웃에 맞닿은 군인이여

……”

(사잔 오루 스타즈의 노래 ‘평화의 류큐’ 중에서)

일본 내 미군기지의 70% 이상이 집중해 있어서 숱한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는 오키나와의 옛 명칭 ‘류큐’를 노래 제목에 그대로 넣어 쓴 이 노래는, 음악의 전체적 분위기와 정체성을 규정 짓는 음계 또한 ‘류큐 5음계’를 사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독자적인 나라를 이뤄 살다가 19세기에 일본에 병합, 태평양 전쟁 때 인간 방패막이로 사용되어 수만 명이 희생당하고 1972년까지 미군 점령하에 있다가 그 뒤로도 교육, 복지, 의료 등 여러 면에서 차별을 받아온 오키나와 주민, 아니 류큐 주민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시선에서 노래를 만들어보려 한 사잔 오루 스타즈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곡인 것이죠.

도, 미, 파, 솔, 시의 다섯 개 음(위 그림 참조)으로 이뤄진 ‘류큐 5음계’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이 노래 ‘평화의 류큐’는, 단순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중심선율의 탄탄한 거미줄 위로 오키나와의 아픔을 다룬 가사의 내용들이 끊임없이 공중도약 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느낌의 노래입니다. 류큐의 유명한 민속음악 선율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죠. 사잔 오루 스타즈는 1996년 오키나와 공연 때 류큐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악기 ‘산신’(三線)을 연주하는 오키나와 음악인들과 함께 이 노래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사잔 오루 스타즈의 노래 ‘평화의 류큐’를 오키나와 음악인이 산신으로 연주한 음악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3OWcmzGQ1U

비단뱀의 껍질을 붙여 만든 류큐(오키나와)의 전통악기 ‘산신’. 출처 http://www.hm.h555.net/~irom/book_5/musical_instrument/sanshin.html

사잔 오루 스타즈는 1970년대 미국 라틴음악계의 거목 ‘올스타 살사 그룹’에서 ‘올스타’를,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닐 영의 노래 ‘서던 맨’에서 ‘서던’을 따와 팀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이름을 다국적으로 합쳐 만든 팀답게 추구하는 음악장르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위 노래 ‘평화의 류큐’ 같은 향토, 민족음악은 물론 록, 발라드, 테크노까지 다루고 있는데요. 한국인들에게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랑의 언령(愛の言?)’이라는 노래에는 인도네시아어 랩까지 넣어 부르고 있죠.

사잔 오루스타즈가 인도네시아어 랩을 사용한 노래 ‘사랑의 언령’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avUem0DmpRg

1978년 ‘마음대로 신밧드’라는 싱글앨범으로 데뷔한 사잔 오루 스타즈. 신밧드처럼 정말 자기 마음대로 발 가닿는 대로 모험하며 만든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세계의 여러 음악에 대해 열린 눈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그들의 태도가 세계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또 그 문화를 둘러싼 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본 뉴스에서

이웃나라 사람이 화를 냈다

지금까지 아무리 대화를 해도

서로 서로의 주장은 바뀌지 않는다

……

교과서는 현대사로

넘어가기 전에 수업 끝

그걸 제일 알고 싶은데

왜 그렇게 돼버리나

……

이 훌륭한 지구에 태어나

슬픈 과거도 어리석은 행위도

인간은 왜 잊어버리나

사랑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요“

(사잔 오루 스타즈의 ‘평화와 하이라이트’ 중에서)

 

작년 NHK 송년 프로그램 ‘홍백 노래대결’에서 부른 일본의 부실한 현대사 교육을 비판한 노래 ‘평화와 하이라이트’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사잔 오루 스타즈의 세상에 대한 문화적 정치적 관심과 그것이 예술적으로 어떻게 표현 되는지가 금방 드러나 보입니다.

아베 총리,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주석, 오바마 대통령의 이미지를 사용한 사잔 오루 스타즈의 뮤직 비디오 ‘평화와 하이라이트’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o6Z4moYogto

1970년대 “여자를 잘 꼬시자”는 내용의 ‘쇼난 붐’을 불러일으키며 화려하게 등장, 성적(性的), 사회적, 정치적 굴레에 구애받지 않고 30여 년 동안의 꾸준한 음악적 변신을 통해 4천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일본의 국민가수’로 불리우게 된 사잔 오루 스타즈의 새로운 음악은 오는 3월에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요.

사잔 오루 스타즈의 공식 홈페이지((http://special.sas-fan.net/special/sas2015/)를 방문하면 그들이 미리 공개한 새 앨범의 노래 가사를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을 살짝 살펴보니 ‘평화’라는 이름의 오래된 희망이 상상 속의 선율을 타고 힘겹게, 하지만 뚜벅뚜벅 가파른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지금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가슴을 데우는 어머니의 말씀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자장가를 부르면서

잘못을 되풀이 하지말자

굳게 맹세한 그 여름날

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를 품고

먼 길을 같이 걸어가보자

슬프게 푸른 하늘

잊기 힘든 얼굴과 얼굴

평화의 종이 울린다

그 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건 바로 그대

……"

(사잔 오루 스타즈의 ‘평화의 종이 울린다’ 중에서)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07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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