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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07 15:20 수정 : 2015.05.07 15:21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 덕…스마트폰 작업도 곧 가능

2015년 5월2일 내한공연을 가진 폴 매카트니. 한겨레 자료사진

“테크놀로지는 계속해서 발전해 갑니다. 테크놀로지 덕분에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더 편하게 그리고, 자기가 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더 쉽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예술학, 과학 학사과정을 밟고 머데스토 주니어 칼리지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그리고 무엇보다 ‘스타 워즈’ 시리즈를 통해 영화 테크놀로지의 신기원을 연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는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스타 워즈 시리즈를 촬영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 회사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 덕에 영화에서 CG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머릿속에서만 상상하던 이야기 장면들을 눈앞에서 현실처럼 볼 수 있게 하여 표현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기 때문이죠.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영화와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창작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영향을 받은 사람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인기 많은 사람은 아마도 이번에 내한공연을 가진 폴 매카트니일 것입니다. 폴 매카트니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악보를 읽거나 쓰지 못하지만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대중음악은 물론 클래식 오케스트라 곡까지 쓴다고 말했습니다. 대중음악은 코드 중심으로 작곡과 편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악보를 못 봐도 된다고 쳐도, 클래식 음악은 복잡하고도 많은 선율의 음표들을 가지고 있어서 연주 때 까먹지 않기 위해 오선지에 꼭 옮겨놓아야 하기 때문에 악보를 쓰지 못한다면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천하의 폴 매카트니라고 해도 컴퓨터의 도움이 없다면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반대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면, 음악천재 폴 매카트니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클래식 음악을 작곡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 덕분인데요. 폴 매카트니의 경우 비틀즈에서 베이스 연주를 주로 맡았지만, 본인 스스로 피아노나 기타로 노래를 만들 때 아직도 가장 큰 스릴감을 느낀다고 한 것처럼 기타와 피아노로 작곡을 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폴 매카트니가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을 켜놓고 피아노 건반이나 기타 줄을 하나 둘씩 치면 시퀀서 프로그램은 그 소리의 주파수를 분석하여 음표로 바꿔 보여주는 것이죠.

<1> 트리플 플레이

<2> 기타치는 사람싸람

<3> 기타미디4

<4> 피쉬맨 기타

<5>멜로다인

<6>기타미디3

<7>스튜디오원

<1> ‘피쉬맨 트리플 플레이’라는 하드웨어를 <2>기타 뒷부분에 장착한 뒤 기타를 연주하면 <3> ‘스튜디오 원’이라는 이름의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 안에서 <4> ‘피쉬맨 트리플 플레이’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피쉬맨 트리플 플레이’ 소프트웨어가 작동, 기타음들 하나하나의 주파수들을 다 분석하여 <6>악보로 그려줍니다.

<5>셀리모니의 ‘멜로다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사람의 음성들의 주파수를 분석하여 악보로 그려줍니다. 디지털 마이크를 사용하여 사람 음성을 녹음한 파일을 ‘멜로다인’ 소프트웨어로 불러들이면 <5>와 같은 음성 주파수 파형들이 보이는 데, 여기에 노트 디텍션(note detection) 기능을 실행하게 되면 파형들이 악보화 되는 것입니다. 정확성의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사람이 ‘룰루랄라~’ 음들을 흥얼거리면 그것이 ‘멜로다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악보로 그려지게 되는 것이죠.

<7>‘스튜디오 원’과 같은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은 음들의 주파수 파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기타는 연두색, 피아노는 보라색으로 하는 등 기타 트랙, 피아노 트랙을 따로 만들어 구분해 둡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수십 개의 악기가 등장하니까 수십 개 악기의 트랙을 각각 만들어 색깔별로 구분해 두는 것입니다.

폴 매카트니가 위의 것과 다른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곡하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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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그 다음에는 ‘오토튠’이라는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켜 기타 음들의 주파수 파형을 눈으로 보면서 틀린 음정이나 박자 등을 수정합니다. 그리고 다른 악기 트랙들을 불러 그 악기 음들의 주파수 파형을 눈으로 보면서 역시 틀린 음정이나 박자 등을 수정하는 것이죠. 음정 박자 수정 기능은 <5>의 ‘멜로다인’ 소프트웨어에서도 할 수가 있습니다.

기타와 같은 실제 악기를 녹음하는 것에 더해,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가상악기(VSTi, Virtual Studio Technology Instrument) 소프트웨어를 뮤직 시퀀서 프로그램에서 가동시켜 수많은 악기들의 소리를 따로따로 녹음하고 또 합치고 하는 등의 편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할 때 아래한글이나 훈민정음, 워드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처럼, 음악 소리를 녹음하고 편집할 때 ‘스튜디오 원’ 같은 시퀀서 프로그램과 그에 붙여 사용하는 ‘피쉬맨 트리플 플레이’ 같은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죠.

아래 그림 <9>스펙트라소닉에서 나온 ‘옴니스피어’라는 가상악기 소프트웨어의 경우 클래식 악기에서부터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악기 소리들을 소리내고 녹음할 수 있습니다. 이때 <10> 마스터 키보드라고 하여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하지만 모든 악기 소리들을 인간의 느낌을 담은 손으로 제어하게 하는 장비를 통해 자기 감정대로 다양한 가상악기들을 연주하고 녹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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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나 피아노 소리 같은 아날로그 음들을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에 가져다가 쓰고, 또 컴퓨터에서 전자음들을 합성하는 등의 위와 같은 작업은, 1983년 미디(MIDI,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라는 전자악기 표준 규격이 나오게 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진시황이 도량형을 통일한 것에 비견될 정도의 막대한 영향을 음악창작 산업에 끼쳤습니다. 표준 규격 MIDI를 기반으로 한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 혹은 DAW (Digital Audio Workstation)들이 하나둘씩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컴퓨터와 몇 개 부속기기와 얼마간의 노력만 있으면 누구나 녹음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노래를 녹음하고 편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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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엠-오디오 (M-AUDIO) <12> 타스캠 (TASCAM)에서 나온 미디 인터페이스 겸용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보면 마이크와 기타, 헤드폰이 들어가는 구멍들이 똑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디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상악기 소프트웨어들을 제어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통해 마이크로 입력시킨 사람 목소리나 어쿠스틱 기타 소리 같은 아날로그 소리들을 디지털화 시켜 컴퓨터의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 안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1987년 독일의 C-LAB이라는 회사에서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의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이래, 지금은 애플의 ‘로직’ 스타인버그의 ‘큐베이스’ 그리고 스타인버그에서 분리되어 나온 프리소너스의 ‘스튜디오 원’ 등이 음악 녹음편집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들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을 통해 녹음되고 편집된 음악 파일들은 그대로 음악시장에 출시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더 비싸고 성능 좋은 음악장비들을 보유한 상업 녹음 스튜디오로 가져가서 최종적인 처리작업을 받게 됩니다. ‘프로툴즈(Pro Tools)‘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장비를 통해 믹싱과 마스터링이라는 최종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죠. 믹싱은 보컬이나 악기들의 특정 부분을 더 잘 들리게 하거나 원하는 음향 효과를 얻도록 조정하는 작업이고, 마스터링은 달리 녹음된 여러 곡의 음색과 소리를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도록 통일해 주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은 모바일로도 옮겨가 언제 어디서든 손에 들고 다니며 음악작업을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으로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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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개러지밴드’(그림<13>), ‘큐베이시스’와 같은 뮤직 시퀀서 앱을 사용할 수 있고, 갤럭시나 G프로, 베가 시리즈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는 ‘코드봇’(그림<14>)이나 ‘레코딩 스튜디오’(recording studio pro, 그림 <15>), 엔-트랙 스튜디오(n-track studio)와 같은 앱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러지밴드’는 음원을 만드는 데 길이의 제한이 좀 있고, 그 음원을 ‘개러지 밴드’ 자체에서 완전히 다듬기 어렵다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아이콘 등의 적절한 시각화를 통해 다양한 악기들을 다루기 쉽게 만들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드봇’의 경우 코드에 대한 음악지식이 없으면 아예 처음서부터 다루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음원을 만드는 데 길이의 제한이 적고 미디파일 형태로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 다른 컴퓨터 시퀀서 프로그램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용과 기술 문제 등 현재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한 음악 시퀀서 앱들은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갈 길이 좀 많이 남아 있습니다 .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시간적 공간적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꿔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스크탑 컴퓨터의 기능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데스크톱으로 완성하고 있는 음악작업을 스마트폰으로도 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판단이 드는 것이죠.

스마트폰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테크놀로지를 발전시켜 투표율을 높이고, 그렇게 ‘정치적 표현 범위’를 넓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자는 아이디어들도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한 음악 시퀀서 앱 등의 음악 테크놀로지를 발전시켜 ‘예술적 표현 범위’를 확대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치적 표현 범위’를 확장시켜 가는 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21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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