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악기 음원샘플 데이터로 만들어 ‘건반 연주’
서양악기와 협연 수월한 북한 개량 국악기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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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 싱어송라이팅 댄스 뮤지션 샤키라. 자신의 노래 ‘디드 잇 어게인’(Did it again)에서 한국 전통춤 ‘삼고무’ 영상과 소리를 넣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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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위 문장이 옳다면, 그것은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되므로, 그 체계는 완전한 것일 수 없다.
이 문장이 거짓이라면, 그것은 거짓이지만 증명할 수 있는 명제가 되므로, 그 체계는 모순이 된다”
-‘수학의 세계’ 박세희. 서울대학교출판부. 인용 다시 정리하자면 “모순이 없는 수학체계는 증명할 수 없는 공리를 가지고 있어 완전할 수 없다. 또 모든 공리가 수학체계 자기 내부에서 증명되는 완전성을 이루려고 하면 모순이 생긴다. 즉 어떠한 수학체계도 절대적인 진리체계가 될 수 없다. 평행선은 아무리 연장하여도 만나지 않는다는 공리를 가진 유클리드 기하학 체계를, 평면상의 두 직선은 모두 만난다는 공리를 가진 비유클리드 기하학 체계가 보완해 냈듯, 하나의 수학체계는 다른 수학체계에 의해 보완되고 또 그 수학체계는 또 다른 수학체계에 의해 보완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엄밀한 기호논리 체계라는 수학체계도 이렇게 절대적인 것이 아닐진대, 그러한 수학체계의 이론을 탄생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 그러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 그 문화 속의 음악이 절대성을 가지지 않고 다양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어쩌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실제로 컴퓨터는 유튜브 등을 통해 여러 다양한 문화의 음악들을 듣고 또 케이팝을 다시 다른 문화에 알리는 교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컴퓨터는 우리 음악문화를 세계에 알릴 또 다른 좋은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전통 악기 음원들을 샘플 데이터로 만들어 세계 각국에서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으로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인도나 일본, 아랍, 아프리카 등의 악기 소리들은 이미 샘플로 데이터화 된 경우가 많아 세계 곳곳의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노래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해금, 대금, 가야금 등 국악기 소리를 샘플로 만드는 데이터화 작업을 통해, 전통음악을 세계에 널리 알릴 길을 닦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전통악기 소리 알리기 시도는 예전부터 조금씩 이뤄져 왔습니다. ‘전통국악기 샘플데이터’ ‘국악장단 디지털콘텐츠’ 사업 등을 통해 몇몇 개의 국악음원 샘플을 개발했고, 한양대학교에서 ‘국악VSTi’(국악 가상악기, Virtual Studio Technology Instrument)라는 가상악기 프로그램을, 라임시스템에서 한국형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 ‘지음(知音)’을 개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문제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거나 나왔어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국악음원샘플 작업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음의 줄 길이 비율이 저마다 다른 순정률을 쓰는 국악 악기의 소리들을, 음의 줄 길이 비율이 균일한 평균율 시스템으로 되어있는 컴퓨터 음악프로그램에 제대로 입력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보입니다.(<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다시 생각해보는 우리의 소원’ 참조) 예를 들어 한 옥타브를 똑같은 12개의 반음들로 나눈 서양의 12평균율로 되어있는 피아노 흰 건반 검은 건반 소리들의 음높이, 음량, 음길이의 일정함을, 한 옥타브를 똑같지 않은 간격의 음들로 나눈 국악의 순정률로 되어 있는 해금이나 대금 소리로 똑같이 맞춰내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입니다. 또 시김새(보통 소리의 앞뒤에서 그 음을 꾸며주는 장식음이나 짧은 길이의 잔가락들)나 농현(국악에서 현악기를 연주할 때 줄을 짚고 흔들어서 여러 가지 꾸밈음을 내는 기법), 요성(음을 떨어주는 연주기법) 등 전통악기가 가진 음색과 고유한 표현 방법을 샘플로 만드는 일도 상당히 어렵습니다.(전주대학교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 김병오, 이정석의 논문 ‘컨탁트 기반의 한국 전통 가상 악기 개발’ 참조)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 과정을 거친 국악음원샘플 작업은 이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위의 전주대학교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에서 ‘컨탁트’라는 음악 샘플링 프로그램과 음원 보정 프로그램인 멜로다인, 오토튠, 웨이브스튠을 이용하여 해금, 대금의 음원샘플을 데이터화하였습니다. 국악 가상악기(VSTi) ‘삼현육각 Beta’가 그 작업의 결실입니다. 음악 시퀀서 프로그램으로 불러들여 피아노처럼 생긴 마스터 키보드를 누르면 건반에 해당되는 해금과 대금 소리들이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죠. 상당한 수준의 음질과 가용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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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소리를 한음 한음씩 녹음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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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음 한음 녹음된 대금 소리들을 샘플로 데이터화 하여 컴퓨터 시퀀서로 불러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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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퀀서 프로그램과 연결된 마스터 키보드로 국악 가상악기 대금 소리를 내는 장면.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He8WIeX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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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앱 중 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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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앱 중 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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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국악(Gugak)‘ 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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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량 국악악기 35현 옥류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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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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