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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샨즈를 상징하는 798 스페이스(時態 空間). 따샨즈에서 가장 유명한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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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798’이라는 다큐를 봤다
쇠락하던 국영공장지대가 예술구로 변해가는
4년의 과정을 181분으로 압축했는데
수백년 걸친 서구 현대화가 불과 몇년 만에 스쳐갔다
변하는 중국, 변하지 않은 중국 ⑬ 나도 이번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아니 <798>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코앞에서 영화제가 여러 번 열렸건만 “내 인생의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나머지도 나의 것이 아니죠.” 그래서 좀처럼 거동을 하지 못했었다. 설령 시간이 나더라도 표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주위 분의 호의로 보게 되었다. 원래는 다른 영화를 볼 계획이었는데 마침 그 시간대에 하는 아시아 다큐멘터리 <798>이 베이징의 따샨즈(大山子)라는 곳을 다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것을 선택했다. 늦은 시간에 시작하는데다가 무려 181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이 마음에 좀 걸렸지만 평소 관심이 있던 ‘따샨즈’와 ‘중국 다큐멘터리(紀錄片)’를 결합한 따샨즈를 다룬 중국 다큐멘터리였기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보았다. 결과는 대만족. 만리장성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곳 베이징의 ‘798 예술구’ 혹은 ‘따샨즈 예술구’는 요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부상한 지역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뉴욕의 소호 같은 곳이다. 외국인(특히 서양의)들에게 특히 유명한데, 베이징을 여행할 때 고궁과 만리장성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말도 있다. 근자에 우리 언론에도 이곳에서 열린 행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실리곤 해서 나도 베이징에 가게 되면 한번 가보아야지 하던 중이었다. 수도 국제공항에서 베이징 시내로 들어오는 입구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밀집해 살고 있는 ‘베이징을 바라본다는’ 뜻의 왕징(望京)이라는 곳이 있는데 바로 그 근처에 있다. 이곳은 현재 ‘798 예술구’ 혹은 ‘따샨즈 예술구’라고 불리지만 전에는 ‘718 롄허창(聯合廠)’이라고 하던 지역으로 798, 797, 718, 707, 706 등 칠자 돌림의 여러 개의 국영공장이 모여 있던 공장지대였다. 따샨즈는 이들 공장이 있던 지역의 이름이다. 이들 공장은 지난 세기 50년대에 소련의 원조로 지어진 것인데, 소련이 독일한테서 받은 전쟁배상금을 기초로 동독이 설계와 건축을 책임지고 완성한 것이다. 건축 양식은 독일의 유명한 바우하우스 풍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중국 최초의 원자탄과 인공위성의 핵심적 부품이나 부속품이 생산되는 등 이곳은 “신중국 전자공업의 요람”이라고 불리던 지역이었다. 그러니까 당시로서는 세계 첨단의 공장지대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계획경제 시대의 시스템에 맞게 만들어진 이들 생산공장들은 90년대 이후 시장경제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한때 이만 명이 넘던 798공장의 노동자들도 대량으로 실직하게 된다. 그리하여 가동이 중단된 빈 공장을 예술가들에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시 중심지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빈 공장의 공간은 특히 조각가들이 작업을 하기 좋게 넓고 천장이 높았으며, 더구나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기에 예술가들은 이곳을 선호했다.
1996년 중앙미술학원의 조소과에서 이곳의 한 창고를 임시 창작실로 빌렸는데 이 일이 798공장이 공업지구에서 예술지구로 변화하는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이곳은 점차 문화예술계의 사람들에게 유명해지면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곳이 외부에 널리 알려진 것은 이렇게 모인 여러 예술 단체들이 연합하여 각자 개성 있는 전람회를 열었던 ‘798을 다시 새롭게 만들자!’라는 대형 행사를 개최하면서부터다.(2003년)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화랑, 출판, 건축설계, 의상 디자인, 실내가구 디자인 등 7개 분야의 229개의 문화기구 및 개인 작업실이 입주해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술집, 카페, 음식점, 서점, 요가센터 등 갖가지 소비 오락시설도 많다. 한 때 사회주의 공업 혁명을 자랑하던 곳이 개혁 개방 이후 쇠락을 길을 걷다가 그야말로 몇 년 사이에 중국의 당대예술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798’은 션 샤오민(沈曉?)이라는 젊은 감독이 이곳의 중요성을 일찍이 감지하고 2002년 10월부터 2005년 2월까지 4년간에 걸쳐 여기서 발생한 변화, 즉 폐기된 공장지대에서 번화한 예술구역으로 변모하는 변화의 과정과 사건을 영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이 필름은 맨 처음에는 옌안에서 올라와 마오쩌둥의 다양한 진흙 소조상(塑造像)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왕원하이(王文海)라는 가난한 예술가에 관심을 가지고 찍기 시작하다가 점차 798 예술구 전체가 갖는 상징성에 주목하여 주제를 확대해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조금 길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보니 그다지 길다는 느낌을 들지 않았다. 중국 매니아의 발언이니 감안하고 들으시라. 웬일인지 관객은 십여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중에 박수를 치는 사람까지 있었다.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이리 저리 조사해보니 감독이 처음에는 20시간짜리로 편집한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중간에 다시 390분짜리로 편집한 것도 있었다. 감독은 이곳이 썰렁한 공장지대에서 번화한 예술 거리로 변모하는 가운데 재현하고 있는 이른바 뉴욕의 소호 현상, 즉 거의 폐기된 공장에 예술가들이 입주해 들어와 열심히 작업하면서 점차 예술적 공간의 값어치가 상승하자 상업자본이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결국 예술가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뜰 수밖에 없었던 현상에 주목하면서 그 와중에 벌어졌던 예술가들과 공장주의 모순과 투쟁을 담아내고 있었다. 20시간짜리·390분짜리로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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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샨즈 예술구 입구에 있는 머릿돌. 주변에 붙어 있는 많은 포스터들을 통해 이곳이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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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경/영산대 교수·중국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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