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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4 09:50 수정 : 2013.07.08 13:53

김유진 소설 <6화>



농장주는 냉장고에서 작은 밀폐용기를 꺼냈다. 진은 농장주의 어깨너머로 용기에서 꺼내 든 거무스름한 것을 보았다. 꼭 말린 짐승의 배설물 같았다. 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농장주는 그것이 우리가 찾던 진귀한 버섯이라고 말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자라, 훈련된 암퇘지가 아니면 찾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아버지와 농장주는 돼지가 버섯을 찾아내 먹어 치우기 전에 채취하기 위해 반나절 동안 신경이 곤두서 있던 것이었다. 농장주는 달걀 열 개를 모두 꺼내 스테인리스 볼에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진은 농장주가 내온 달걀말이를 보고 나서야, 농장주와 아버지가 짐승의 배설물을 닮은 버섯을 넣어 만든 달걀말이를 위해 온 숲을 헤집고 다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농장주는 버섯채취에 실패한 고객을 위해 여분의 버섯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농장주는 값비싼 식재료를 흔한 방식으로 만들어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품위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진은 그때의 품위라는 표현이 싫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얌전히 탁자에 앉아 있었다. 자신 앞에 그릇이 놓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미 늙어, 눈가를 간신히 적실 정도의 물기만이 돌았다. 그는 적은 양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큰 소리로 통곡했다. 진은 우는 아버지 맞은편에 안절부절못한 채로 앉아 있었다. 어째서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직접 버섯을 찾아내지 못해 억울한 것일까. 농장주가 말하는 품위가 못마땅한 것일까. 진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기이한 향의 달걀말이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는 얼굴도, 살아 있는 돼지도, 모두 처음 보았다. 진은 불편했다.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가로수 가지가 좌석 버스 차창에 닿을 듯 길게 손을 뻗었다. 입안 가득 머금어 금방이라도 뿜어 나올 듯한 물이 나무 내부에 차오르는 계절이었다. 물기가 많은 나뭇가지는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진다는 것을, 진은 매년 마당 한가운데에서 죽었다 부활하는 라일락을 통해 알았다. 나무는 유연했다. 조금 더 많은 빛을, 조금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해 최대치의 잎을 틔웠다. 나무는 근면했다. 진은 문득 상처(喪妻)의 유전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잃었듯, 자신 역시 아내를 잃었다. 아버지가 쪽잠을 자던 4인용 소파에서, 백성 없는 왕좌를 물려받은 듯, 자신이 잠들곤 했다. 집은 안주인을 너무 빨리 잃었다.

진은 대출받은 학비를 갚기 위해 마지막 학기가 시작될 무렵 소규모 회사에 취직했다. 전공과는 무관했다. 아버지의 통장 잔액은 진이 아르바이트로 모아 놓은 돈보다도 적었다. 집은 팔리지 않았다. 진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개별적으로 슬퍼하기에, 진의 곁에는 죽음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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