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소설 <7화>
아내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했다. 진은 다르게 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내가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평범한 자신과 왜 결혼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있었다.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무용하다. 받아들이면 그뿐이었다.
피로연은 집에서 하기로 했다. 아내가 부른 손님의 목록은 오십여 명에 달했다. 여러모로 밖에서 하는 편이 편했으나, 아내가 원했다. 빈방에 수십 병의 와인과 백여 병이 넘는 맥주, 보드카를 들였다. 아내의 친구들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저마다 술을 한 병씩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다. 독주들이 주를 이뤘다. 방은 주류 백화점 같았다. 아내는 출장 뷔페를 부르는 것이 어떻겠냐는 진의 제안을 못 들은 체했다. 안주는 과자 부스러기와 피자 네댓 판이 전부였다. 모두 빠르게 취기가 올랐다. 진은 귀가 찢어질 듯한 음악 소리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이미 취한 것 같았다. 진은 그 자리의 주인공이면서도, 친구들을 따라 처음 클럽에 온 대학생처럼 쭈뼛댔다. 진은 술을 가져다 놓거나, 재떨이를 비운다는 명목으로 방에 들어가 눈을 붙였다. 진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아내는 음악보다 더 큰 목소리로 진의 이름을 불러댔다. 아내는 사납고 시끄럽고 제멋대로였다. 피로연이 시작된 지 한 시간 만에 술에 취한 아내는, 진에게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진은 아내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내는 진이 대답을 망설인다고 생각했는지, 피로연이 파할 때까지 질문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진은 자주, 너무 많이 대답해, 종국에는 자신이 진정으로 아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피로연에 마지막까지 남은 손님은 영이었다. 영이 사방에 널린 술병들을 한곳에 모으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취기보다 피로가 더욱 극심했다. 아내는 안락의자에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기대 있는 진을 일으켜 세웠다. 진은 기어가듯 이 층으로 끌려 올라갔다. 선물이 있어. 아내는 진을 침대로 내팽개치듯 내려놓고는 방문을 나섰다. 진이 그 상태로 목 끝까지 채워 놓았던 드레스 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을 때, 아내가 방 안으로 영을 데려왔다. 셋이 하자. 아내가 영의 뒤에 서서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진은 자신이 술에 취해 제대로 들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진은 풀던 단추를 다시 채우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내와 영이 웃었다.
갤러리 입구에 걸린 현수막엔 아내의 옆모습이 인쇄되어 있었다. 결혼 전 사진인지 볼이 동그스름해 순한 인상이었다. 단정한 글씨로 아내의 예명과 함께 마지막 전시회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진은 결혼 후에도 아내를 호적상 이름으로 불렀다. 아내는 그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내의 가족과 친구 중 누구도 본명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진은 예명이 도무지 입에 붙질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본명이 튀어나왔다. 아내는 몇 차례 고쳐주다, 이내 포기했다. 이름 부르기는 진이 아내에게 부린 거의 유일한 고집이었다. 진은 아내의 본명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가 가진 것 중에서 드물게 과장되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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