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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23 18:46 수정 : 2013.07.23 18:46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4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0대 역차별’, ‘청년의 나이’ 논란이 불붙었다. 공기업·공공기관이 매년 정원의 3%를 15살부터 29살까지의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30대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30대는 대한민국이 버린 나이”, “30대 자살촉진법”이라고 성토했고, 공무원 준비생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치권은 20대의 환심을 사려고 30대를 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자리를 쪼개어 2030 갈등만 높인다는 지적이 일자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34살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30대 후반에서 불만이 나왔고, 정치권에서는 아예 39살까지 높이는 추가개정안을 발의해 성난 30대를 달래려 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청년고용 사각지대를 인식하게 하는 긍정적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입법과정이 너무 즉흥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동안의 논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청년고용은 다른 연령이나 세대의 고용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청년의 연령을 34살까지로 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은 최근 대졸 신입 평균 취업연령이 남 33살, 여 28살 정도라는 현실을 적절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꼬리를 물고 나올 수밖에 없는 ‘35살 이상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아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고용정책은 법안의 취지는 살리면서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패키지 정책으로 내놓아야 한다. 지금 논의 중인 특별법으로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청년 고용을 촉진하려면 30대 중후반의 고용창출 정책과 50~60대 이상 장년의 재취업을 위한 ‘인생이모작’ 지원 정책도 한 묶음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30대의 경우, 30대 전반과 후반대의 고용을 비교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싼 등록금을 감수하며 졸업을 늦추는 ‘엔지(NG)족’(no graduation)이 늘고 신입채용 평균연령이 30대 초반까지 높아진 데에는 기업들이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관행이 큰 몫을 차지한다. ‘신규채용’이 사실상 ‘졸업예정자 채용’으로 읽히는 상황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면 30대 중후반에서는 경력직으로 이직하려는 일시적 실업이나 대학원 진학을 위해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되는 경우의 대부분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거나 적성-업무 간 불일치로 생긴다. 예를 들어, 콘텐츠미디어·금융 같은 생산적 서비스산업 등에서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일자리가 적거나 전공하지 않았거나 실무훈련이 충분치 않은 경우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취지와 방향에 가장 부합하는 핵심연령대일 수 있기 때문에 창조경제 프로젝트의 하나로서 중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사회를 경험한 30대 중후반에서 창조적 분야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경제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문학도가 이공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엔지니어 육성’에 힘쓰고, 이공계 출신 스토리텔링 작가와 같은 하이브리드형 인재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50~60대 이상의 인생이모작 지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평균수명이 늘어 앞으로 10년 남짓이면 65살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직면하게 된다. 인구분포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5060세대의 일자리에 우리 사회의 안정도 달려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들에게는 기존 아날로그 감성과 경험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진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정부보다 민간이 훨씬 커져서 정부가 직접 고용을 창출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주체들에게 방향과 기준을 잡아주는 것은 가능하다. 청년고용정책은 청년만 들여다보면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권과 정부, 민간이 의기투합해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패키지 고용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사각지대 없는 청년고용도 가능하고, 세대갈등도 줄일 수 있다.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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