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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05 19:08 수정 : 2013.11.05 19:08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대선 때는 모든 정당이 야심 찬 공약을 내놓기 마련이다. 우선 표가 달려 있고, 실제 국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공약은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낭비 예산을 아껴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현 정부는 구체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얼마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행정이 잘 갖춰졌고, 정부도 예산을 빠듯하게 관리해온 편이기 때문에 어디서 돈을 더 짜내느냐가 큰 숙제다.

세금은 올리고 지출은 줄이는 것이 상식이지만, 대통령 단임제 아래선 사회적 합의에만 엄청난 진통과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들이 하고 싶었지만 잘하지 못했던 것에서 창조적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첫번째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부실화 상태에서 13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해 되살린 경우이다. 정상화된 지 오래이므로 원래대로 민간은행으로 돌려놓고, 미회수한 공적자금은 돌려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2005년까지 민간으로 돌려놓기로 했다가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도 후반기에 추진하다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성공하면 최대 7조원 정도가 일반회계로 돌아온다.

두번째는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 대한 과도한 지분 보유 문제다. 우리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원래부터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고유 업무가 있어 민영화하면 안 되는 국책은행이다. 문제는 정부가 70%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책은행으로서의 확고한 지분을 지키려면 50%에 한 주만 더 있으면 된다. 남는 지분을 팔면 대략 1조5000억에서 1조8000억원을 다 복지예산으로 쓸 수 있다. 2008년도 중장기 재정계획에서는 수입으로 잡혀 있었다.

2005년 말, 감사원은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산업은행을 겨냥하는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산은의 경우, 1960~70년대엔 값싼 정책금융을 기업들에 제공해 수출주도 산업화와 중화학공업 육성에 성공했지만 정부보다 민간이 더 커진 시대에는 목적이 소멸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에서는 정부가 대놓고 특정 산업을 지원하면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고, 당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소지도 있다고 봤다. 국회와 언론도 나서서 산은이 민간은행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2007년 재정경제부 중심으로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내놓은 배경이었다.

산업은행 재정립 과제는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산은 사외이사로 있던 서울대 경제학과 이창용 교수가 이명박 캠프 대선공약으로 다듬었고, 정권 출범 후엔 민간 출신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힘을 보탰다. 2009년, 마침내 정책금융공사 신설을 뼈대로 한 법안이 금융위원회의 노력으로 의원입법으로 통과됐다. 정부는 산은과 대우증권을 묶는 방식의 민영화로 들어올 돈을 1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중소기업 지원과 복지에 쓸 구상이었다. 또 산은은 지점이 없어 타 은행과의 통합도 쉽고 한국이 후진 분야인 금융산업 발전에도 이롭다는 일석이조를 노렸다.

중요한 점은 철학이 달랐던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공히 위의 세 가지에 공감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두 정부 모두 정권 초기에 강력히 추진하지 않아 실패했다. 금융당국은 당연히 할 일임을 알아도 의지는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료만 탓하기도 어렵다. 본인이 담당 국·과장을 맡고 있을 때는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관료에게는 저승사자인 감사원 집중감사를 받게 될 위험이 큰 탓이다. 1만원이던 주가가 1만5000원으로 올라 팔았다고 해도 나중에 2만원으로 더 오를 경우엔 ‘왜 그때 팔았나, 뒷거래가 있었나’ 하는 문책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억울한 문책은 받지 않게 면책규정을 만들어주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살펴보면 국민이 바라는 복지를 위해 돈 나올 곳은 있다.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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