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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6 19:31 수정 : 2013.06.17 15:26

한 청년이 한 청년을 업었다가 방바닥에 천천히 내려놓고 있었다. 그 순간 업힌 청년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한쪽 팔이 툭 떨어졌다. 청년을 업었던 다른 청년이 머쓱한 표정으로 그 팔을 주워 들었다. 어, 팔이 몽땅 빠져버렸네. 둘은 킥킥대며 웃었다. 그러고는 팔꿈치 아래쪽 의수를 황급히 끼워 맞추었다. 형, 내가 팔을 다시 달아준 거야.

절단장애 지체 1급 이동한은 대학원에서 시를 공부하는 제자다. 나이는 스물일곱 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축구선수였다. 1학년을 마칠 때쯤 심한 감기몸살 비슷한 증세가 찾아왔다. 그러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시간이 왔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다. 손끝과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살이 썩어가기 시작하는 뇌수막 패혈증. 수족을 자르는 대수술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한동안 마치 팔다리가 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환상수족 증세에 시달렸다. 화상처럼 타들어가는 얼굴은 이식수술을 해야 했다.

이 친구,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과속을 일삼는 폭주족이다. 포크 하나만 있으면 주위 도움 없이 뭐든 잘 먹는다. 술도 얼굴이 불콰해질 때까지 몇 잔 마실 줄 안다. 학부 다닐 때부터 시를 잘 써서 큼직한 상을 몇 개 받기도 했다. 동한아, 네 몸은 걸어가는 몸이 아니라 굴러가는 몸이잖아. 특별하게 너만 가진 거지! 자신의 몸을 시로 써보라고 권했다. 그는 머지않아 온전한 몸의 시인이 될 것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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