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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8 19:33 수정 : 2013.07.08 19:33

나는 만경강 둑길을 따라 출퇴근한다. 도로 폭이 좁은 게 흠이지만 신호등이 없고 풍경이 한가하다. 시속 40~50㎞ 전후의 속도도 여기서는 과속이다. 나비가 유리창에 부딪친 일은 수없이 많고, 개구리와 뱀이 길을 건너는 걸 보지 못하고 지나갈 때도 있었다. 어느 가을에는 청둥오리하고도 충돌할 뻔했다.

아슬아슬한 시간은 가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며칠 전에는 50m 앞쯤에 어린 새 한 마리가 쪼르르 길을 건너는 걸 발견했다. 그랬더니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놈이 태연하게 되똥되똥 따라 건너고 있었다. 앞선 녀석이 무사히 건너갔으니 여유를 부려보는 걸음새였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두 마리의 어린 새들이 지나간 자리에 차를 멈추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놈들이 튀어나온 풀숲 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강변 쪽 그 풀숲에 눈이 말똥말똥한 또 다른 놈이 길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논병아리였을까, 쇠뜸부기였을까.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형제자매 새들은 나라는 인간 때문에 얼마나 기겁을 했을까.

장끼와 까투리 연인이 길을 건너는 걸 지켜본 저녁도 있었다. 뒷짐진 것처럼 걸음걸이가 느려 질투 날 정도였다. 속도를 줄이면서 물어보았다. 장서방, 어디 가는가? 우리는 저녁 먹고 산책 간다네. 어디 좋은 데 가는가? 허허, 자네는 알 바 없네. 둘은 풀숲으로 그만 총총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칫, 산책이 목적이 아니었구먼!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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