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4 19:04
수정 : 2013.08.04 19:04
고구마는 뿌리식물이지만 알뿌리만 식용으로 하는 건 아니다. 흔히 고구마순으로 부르는 고구마줄기는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이 좋다. 고구마가 자라는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으니 계절 요리라고 해도 좋겠다. 고구마순을 말려서 추어탕이나 육개장에 넣기도 하는데, 역시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은 연둣빛 순을 말리지 않고 요리한 것. 섬유질이 풍부해서 아삭아삭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장에 가면 좌판을 펼쳐 놓고 고구마순의 껍질을 벗기는 할머니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사실 고구마순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손톱 끝이 자주색으로 물들 만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고구마순 김치다. 전라도 지방의 여름 밥상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부추와 양파를 곁들여 버무린 이 김치는 적당히 익어야 제맛이 난다. 시큼해진 이 김치를 민물고기 매운탕에 넣어 끓여도 그만이다. 또한 소금과 마늘 정도로만 양념을 해서 기름에 살짝 볶아내는 고구마순볶음도 좋아한다. 이때 들깨 가루를 넣고 자작하게 볶아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그리고 끝으로 하나 더. 싱싱한 고등어나 갈치에다 고구마순을 듬뿍 넣어 만드는 조림 반찬을 빼놓을 수 없다. 고구마순은 비린 생선하고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고구마순 요리 한번 맛보지 못하고 여름을 건너는 분들은 조금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라. 약 올리는 말이 아니다. 꼭 한번 드셔보라고 권하는 말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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