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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26 19:03 수정 : 2013.11.26 19:03

겨울이 되면 자취집 비좁은 부엌에 연탄재가 쌓였다. 며칠에 한 번씩 그걸 치우는 일은 고역이었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엉거주춤 마당을 건너가는 일은 결코 폼 나는 일이 아니었다. 남의 집 대문 앞에 쌓인 연탄재를 괜히 발로 차고 지나간 적도 있었다. 만만한 게 연탄재였다. 연탄이 밥과 국과 라면을 끓여주고, 물을 데워주고, 등허리를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던 것을 까맣게 잊고 말이다. 연탄불에다 운동화를 말리다가 태울 때의 냄새와 새벽에 누나들이 머리를 말릴 때 연탄 덮개 위로 톡톡 튀던 물방울들. 사촌형하고 자취를 할 때 가스를 마신 적도 있었다. 잠들기 직전에 연탄을 간 탓이었다. 찬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나는 마당에 주저앉아 있었다. 연탄을 생각하면 줄줄이 따라나오는 기억들이 셀 수도 없다.

지금도 길에서 연탄 실은 트럭을 만나면 반갑다. 그 연탄들이 어디론가 가서 온기가 되고 뜨거운 시간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짠해진다.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연탄 한 장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장당 500원 안팎에 거래된다. 배달이 힘겨운 산동네는 공장 생산가보다 더 얹어줘야 한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은 남과 북의 어려운 사람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도록 돕는 단체다. 연탄구이 삼겹살만 찾을 건가? 연탄을 후원할 수도 있고, 연탄 배달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나누면 따뜻해진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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