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09 19:08
수정 : 2013.12.09 19:08
군대가 없는데 행복과 평화가 유지되는 나라가 있을까? 있다.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다. 이 나라는 1948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 의해 군대를 폐지했다. 막대한 국방비를 쓰지 않으니 그 예산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투자된다. 총칼 대신에 평화를 선택한 코스타리카를 우리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코스타리카는 전 국토의 12%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놓을 정도로 자연생태 보존에 심혈을 쏟고 있다. 개발주의자들이 발 디딜 수 없게 법으로 미리 차단장치를 마련해둔 것. 원색의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들과 잠자리보다 작은 벌새, 그리고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모래 해변 등은 이 나라의 큰 자산들이다. 국토의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동쪽으로는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코스타리카.
열대 우림이 원시 그대로 숨 쉬는 곳 중 하나가 국립공원 몬테베르데다. 이곳은 수도 산호세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곳. 여기에 가려면 2시간 이상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와 벼랑길을 통과해야 한다. 마을에도 아스팔트 포장도로 따위는 없다. 질척질척한 길을 걸어다니려면 우기에 장화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생태주의가 미래를 위한 구호가 아니라 당연한 현실로 진행되는 곳. 몬테베르데의 시인들과 며칠 보낸 적 있다. 시낭송회 때 몬테베르데가 지구의 자궁이라는 시를 써서 읽었다. 주민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심히 부끄러웠다. 나는 개발독재와 휴전과 철조망의 나라에서 온 시인이었으니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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