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22 18:39
수정 : 2013.12.22 18:39
그 이름 때문에 오래 잊히지 않는 곤드레나물밥. 강원도 쪽에나 가야 맛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이걸 파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강원도 봉평 장터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쑥부쟁이나 취나물을 묵나물로 만들어 무친 것과 잘 구별되지 않았다. 그곳이 고향인 김남극 시인이 옆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라는 삼삼한 시를 쓰기도 했다. 시인이 노래하는 첫사랑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까실까실한,/ 속은 비어 꺾으면 툭 하는 소리가/ 허튼 약속처럼 들리는/ 곤드레 같은 것”이다. 이 사내는 도대체 첫사랑의 여자에게 속없이 어떤 허튼 약속을 했던 것일까?
곤드레는 봄에 연초록 어린잎과 줄기를 따서 묵나물로 만들어 두었다가 밥에 비벼 먹거나 죽을 쑤어 먹는다. 쌀이 귀하던 시절에는 밥을 안칠 때 몽땅 넣기도 했다. 알고 보면 서러운 구황식물이다. 곤드레나물이 무슨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우리 몸 어디에 좋은지, 그 효능 따위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어 보인다. 결국 양념간장 맛이 곤드레나물밥의 맛을 결정하니까. 상업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라 하지만 음식점마다 재료의 효능을 써 붙인 곳이 너무 많다. 그 이름이 왜 곤드레나물일까 생각해보는 일은 어떨까?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은 속이 없다. 대궁이 비어 있는 곤드레가 바람에 그렇게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것처럼. 곤드레나물은 국화과의 풀인데, 학명은 고려엉겅퀴다. 강원도에서는 도깨비엉겅퀴로도 부른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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